Lovely days

꿈과 사랑 그리고 대단한 그들...

sav.. 2008. 12. 28. 13:29

새로 지은 흔치않은 팔각흙집 내부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하다보니 영월 공기리 흙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찬바람에도 세상 굳은 모든 것을 풀리게 하는 듯한, 온종일 내려쬐는 따스한 햇쌀로
아늑하게 노란빛 머금은 흙집 내부가 밖의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기분을 차분하고 편하게 이끌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난번 알게 된 야후산적님에게 말로만 듣던 좋은 분들이라는 또 다른 흙집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모일 사람은 우리까지 다해서 전부 네집(8명)인 셈이다. 어떤 분들일까?...
그들은 며칠전 내린 눈으로 오늘도 고립된 상태였다.
그 이유는 북향지역에 집을 짓는 바람에 눈들이 빨리 녹지않아서라고 한다. 심하면 내년 3월이 와야만 녹을 거라는...
오로지 사륜구동차만이 오갈 수 있는 그 길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채 두 사람의 발자국만이 눈 위에
총총히 그려져 있을 뿐이었다. 우리들은 차로 계곡을 길처럼 따라 가며 드디어 그들 집에 도착했다.

아, 이런 산골에,,, 마치 흙집으로 멋낸 학사주점처럼 천정이 매우 높고, 한쪽 벽을 다 차지하는 큰 통창이 있었으며,
또 다른 벽에는 쭉 붙어있는 세개의 작은 방들이 참신하고 귀여운 아이디어로 꾸며져 있어서 보기에도 참 재미났다. 
한켠엔 출입문 위부터 가로질러 지붕안에 또 지붕을 만들어 주방을 꾸몄는데 제법 멋스러운 스타일을 뽐내고 있었다.
'하,,,! 저 높은 지붕을 어떻게 둘이서 올렸을까,,,' 마음이 맞지않는 부부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었다.

옆에서 가만히 듣는데 집을 지을 땅을 살때 제일 중요한 것 세가지는 바로 물, 지적도 상의 길 그리고 전기라고 한다.
그리고 그 세가지를 다 갖추고도 마음에 드는 땅을 산다면 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가진 돈이 많다면 이런 말을 할 필요도 없는 것일 테고... 그러니 그 중 한가지가 모자라면 남다른 고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뜨거운 방에 앉자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넘치는 먹거리가 상에 차려지고,
그 다양한 색들은 사람들을 향하여 만찬으로 빛났다.
여러 종류의 맛있는 것들의 등장은 갈때까지 끊임이 없었고
사람들의 진실된 웃음은 낭만카페같은 그곳을 한가득 채우고도 남아 한겨울을 녹이고 있었다.
이제는 고됨을 마치고 소탈하고 따뜻한 행복들을 담아 서로에게 다시 격려하고 남은 날들을 위해 건배한다.
둘만 사랑해서 별이 되는 소수의 이민처럼 뜨거운 정열은 모두 그들 자신들의 새로운 집으로 옮겨졌다.
술병에서 나는 소리처럼, 그냥 인간이라서 오는 외로움들을 알아서들 서로가 가져가 준다.

집짓는 고생을 제외하고도 외지에서 온 미친이들이라는 어쩌면 흉한 그런 시선을 극복한,,,
그들 모두의 대단한 눈동자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왜 제대로 살아야 하는지 별들도 모르는 그 답을,
쓸쓸하고도 아름답게 많은 이들을 향하여 비밀처럼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영화장면처럼 기억되는 날들...s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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