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그림 38

무희, 날개를 활짝 펼쳐봐

무희 그녀는 춤을 추고 있다. 자신만의 춤을... 오랜동안 겨드랑이 밑에 감추어진 여리디 여린 날개였다. 새로운 공간에서 날개를 움찔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무희가 노란색이었다가 또 파란색이었다가 때로 빨간색이 되고 감추어 놓았던 자신의 끼를 하나 하나 조심스럽게 드러내고 그녀의 움직임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경고를 함께 주기도 하고 색색의 자극은 강한 인상으로 물들이기도 했고, 혹은 자극에 놀란 나머지 꼼짝없이 서있게 하기도 했다. 무조건 이쁜 마음에 덩달아 박수치다 혼나고 가만히 지켜보다 무관심처럼 보여 오히려 서운해도 하고 이젠 숨 죽이고 지켜본다. 그녀는 춤을 추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을... 새로운 춤을 날개로 뻗은 핏줄이 팽팽히 살아 올라 힘찬 날개짓으로 더 멀리 더 높이 올라... . . 무희, 날..

Dreamer 2005.05.30

그녀와의 인연

한 십육년쯤 되었을까...그녀와의 인연이... sav.. 대학에 복학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 학교 앞 어느 미용실에서 나는 처음으로 그녀를 보게 되었다. 일하는 여자들이 세명 정도 있었는데, 그 중에서 마르고 약간 냉정하게 생긴 그녀는 그 날 내 머리를 자르게 되면서 지금까지 16년의 인연을 맺게 된다. 물론 그 날 자른 머리가 마음에 들었으므로.... 내 얼굴은 네모나서 남들처럼 머리를 깎으면 정말 안 어울린다. 까다롭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가 없었는데, 그녀만은 내 머리를 어떻게 해야 잘 어울리는지 알고 있는듯 했다. 어느 날인가 한번은 내가 "땡기는대로 미친듯이 깎아 줘요." 그랬더니 그녀는 막 웃으며 신나게 미친듯이 가위 질을 하다가 자기 손에 피가 나는 상처를 입은 때도 있었다. 물론 그 날의 머..

Dreamer 2005.05.28

꿈꾸는 현실

온통 푸른색으로 가득한 산과 들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숨막히게 코를 찌르는 풀과 나무의 냄새 날마다 산책을 하고 방금 뜯은 나물로 밥을 한다.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 밥맛이 참 좋다. 몇 발자욱만 내딛으면 닿는 작은 개울가 동글동글한 돌들이 시냇물과 함께 소리를 낸다. 한 낮에 다녀간 오리와 닭들... 한 밤에 다녀간 살이올라 통통한 토끼들... 이런, 텃 밭은 이미 엉망진창... "내 것을 다 먹어도 어쩌리. 난 그들을 잡아 먹을 수 없으니." 이렇게 그녀는 그들을 보고 손만 훠이훠이 젓는다. "저리가라, 저리 가거라!" 춘천의 어느 작은 마을의 평화는 그녀로부터 지켜지고 있었다. 멀리 본다. 아주 먼 곳을 본다. 그 먼 곳에 그녀가 있다. 마음이 애초부터 거기에 있으므로 오늘도 그녀는 현실과 꿈사..

Dreamer 2005.05.13

그녀의 봄

그녀의 봄 춘천에서 그녀의 시골생활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텃밭을 일구어 고추와 상추 등의 모종을 심어놓고 마음 뿌듯하게 자고 일어난 다음 날... 오리와 닭들이 모종들을 벌써 거의 다 뜯어 먹어가고 있었고, 또 간밤엔 토끼까지 다녀갔다는... 채식을 하는 그녀는 토끼와 닭들을 잡아서 먹으라는 마을 어르신들의 황당한 도움의 말을 들었을 뿐... '아, 울타리를 쳐야하는 건가?....' 그녀의 아름다운 봄은 이렇게 요상한 고민으로 시작되고 말았으니...

Dreamer 2005.05.03

탈피하고 있는 나

탈피하고 있는 나... 나의 내면에는 차가운 것과 따뜻한 것이 함께하며 수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물론 나는 보다 차가운 쪽에 서 있었다. 갈등, 분노, 화해를 반복하며 살아가게 되고 각자는 자신이 타고난 것과 환경적 요인의 작용으로 대개 한 쪽으로 치우친 성격으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이제는 가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안다. 뜨거운 가슴은 아니더라도 점점 따뜻해지고 지고 있다는 것을... 학교 때 배운, 인간이 성숙으로 가는 두 가지가 있다는데... 각 발달단계에 도달하면서 저절로 알게 되는 것과 학습으로 알게되는 것이 있다고 한다. 배우자를 만나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보게되고 그것을 통해서 배운다.

Dreamer 2005.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