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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오랜만에 아주 좋은 영화를 보았다. 토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평소와는 달리 밥을 먹자마자 꾸벅꾸벅 졸더니 드디어 일찌감치 잠에 든 나는 서너시간을 자고 아주 맑은 정신으로 깊은 밤에 깨어나고 말았다. 문득 이참에 심야영화를 볼까하는 생각에 마침 낮잠을 충분히 자둔 싸비에게 "우리 심야영화나 보자!" 말했고 "좋아!"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웹을 뒤지며 오스트렐리아라는 니콜키드만이 나오는 영화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지루하다는 영화평, 호주 풍경이 멋지다는 평에 갈등하다 마침 새벽 1시10분에 시작하는 메가박스로 영화를 보러갔다. 시작 10분전에 들어선 나는 영화관에 관람석이 모두 비어있는 것에 먼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대로 "멋지다! 우리 둘이만 보는거야? ㅎㅎㅎ..." 3분을 앞..

빨간버스 2008.12.22

행복한 선물

 "와~ 난 정말 행복한 사람인가봐..." 두둑한 선물이 띵동소리와 함께 미국에서 날아왔다. 언제부턴가 한진택배라는 문구만 보아도 블루엔젤, eliteart님이 떠오른다했는데... 역시 경비아저씨의 택배왔다는 소릴 듣고 내려가보니 구석에 놓인 여러 수화물들 중에 한진택배란 커다란 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혹시 저게 우리 것인가? 헉! 아니 그럼 eliteart님이? 경비아저씨는 동호수를 이리저리 살피더니 내게 그 중 역시나 한진택배라고 쓰여진 제일 큰 상자를 건네주었다. 상자 모퉁이에 작게 써진 주소가 보이고 그 안에 eliteart님의 이름이,,, 아, 이런! 너무너무 너~무~ 좋아라~ 우리에게 온 행복한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큰 통의 폴저스원두커피... 사실 지난번 인터넷 구..

행복한 상자 2008.12.15

사이보그 그녀

싸이보그, 그녀 僕の彼女はサイボーグ Cyborg She 2007년 처음엔 좀 긴 서두가 그저 그렇다 그랬는데, 타이틀이 나오면서 시작되는 장면이 갑자기 나의 시선을 끌어당겼고 결국 매우 흥미진진하게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었다. 또 나중에 보니 일본영화지만 우리나라 곽재용감독의 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 지로의 인상은 미소지을 때의 이연걸의 순수하고 부드럽고 또 약간 귀여운 것을 닮아서인지 보는 내내 친근감이 들게 했다. 우선 스토리가 재미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사랑, SF, 코믹, 재난까지 다 들어있는 참 재미있는 영화다. 또 중간에 삽입된 일본어로 번역되어 부르는 귀에 익숙한 멜로디가 들려오는데... 바로 우리나라 노래 '어느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였다. 어쩐지 새롭고 반가운데다가 듣기까지 좋..

빨간버스 2008.12.12

당신의 푸른계곡을 찾았나요?

나는 항상 현재보다 가능성에 기웃댄다. 그것은 현재보다 미래를 보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이나 사물 그 너머의 달라질 변화를 미리 예측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현재에 머물려면 그것은 가능한 것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고 때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부치기도 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심리학을 알기전까지는,,, 누구나 자신과 다른 것으로의 변화가 마음만 먹으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는 뜻이다. 요즘 요상한 과일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다. 성분을 알 수 없는 것들로 키워진 그 요상한 과일은 우리의 식탁에서 다른 과일들을 모두 쓸어내 버리고 자기만이 유일한 과일이라고 우겨대고 있다. 모든 것을, 심지어 역사..

Dreamer 2008.12.07

경축! 우리사랑

별 기대없이 본 영화인데 예상외로 참 기분이 좋은 영화였고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이 영화는 우연한 계기로 딸의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중년의 어떤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잘못 다루면 이상한 영화가 될지도 모르는 내용이었는데도 김해숙의 리얼하면서 절제된 선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딱 그녀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사랑에 대한 감정이 과장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너무나 잘 표현된 연기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특별한 재미였다. 지난번 소매치기로 나왔던 영화 '무방비도시'에서도 그녀의 연기가 나에겐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어쩌면 내 생각에 연기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 이 영화에서 더욱 그녀의 놀라운 연기력을 진짜 실감하게 되었다.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남과 다른 내면연기가 그녀 속에 존재하..

빨간버스 2008.11.30

내가 왜 좋아?

내가 왜 좋아? 글 sav 펄만(ISTP) 노라(ENTP) 에피(ESTJ) 펄시(ISTP) 놀리는 어느 날.. 펄만과 노라 그리고 에피와 펄시, 두 부부와 함께 담소를 나누게 되었다. 여기서 펄만과 펄시는 남녀만 다를 뿐이지 성격이 같다. 이들은 ISTP이며 도구를 가장 잘 다루는 사람이고, 관심있는 것에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 할만큼 그것에 관한 지식이 많다. 보통 말이 없는 편이며, 사람들은 이들을 신비롭게 생각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 지나친 솔직함으로, 특히 단점을 더 말하는, 관계를 난처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ISTP와 사는 두 부부의 이야기이다. 공통점을 생각하며 이 글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노라는 며칠전 본 화제의 드라마를 언급하며 펄만에게 귀엽게 눈을 약간 흘..

Hide & Seek 2008.11.28

치자붙이고 난 후, 내 손

사진을 찍다가 뒤로 넘어져 순간 비싼 카메라를 보호하려 나도 모르게 손을 땅바닥에 집는 다는 것이 그만 엄지손가락 하나로 온 몸을 지탱하고 말았다. 엄지두번째 마디가 안구부러지는 유전적으로 남과 다른 기형?을 갖고 있는 나는 이 순간 엄지가 활처럼 휘어지는 걸 느꼈으나 재빨리 떼지 못하여 부상을 입은 것이다. 이런 걸 삐었다하는지 모르지만 아뭏든 인대가 늘어난 것임은 분명 자명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잠시 냉찜질을 하고 민간요법인 치자떡을 해서 붙였는데, 사진에 보이듯이 푸른 잉크물감을 먹은 것처럼 새파란 손가락을 지니게 되었다. 노란 치자는 짙푸른 녹색으로 변하고... 아마 무슨 작용을 하긴 하는지 아직도 약간 부어있지만 좀 나아지긴 한 것 같은데 여전히 어떤 동작은 힘들다. 경험상..

Lovely days 2008.11.25

돌잔치와 오랜만에 보는 이쁜 후배들

결혼식에도 가지못했던바 미안하기도 하고 이번엔 확실히 축하해줄 마음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어 무희 아기의 돌잔치에 나는 사진기를 들고 나섰다. 학과 후배들이 하나 둘씩 도착하고, 둘은 남편과 함께 왔고 이미 셋째를 둔 후배도 있다. 친구들 모두 나오라 해서 가족사진처럼 사진을 찍었는데... 참 좋은 것 같다. 보통 돌잔치에서 가족을 제외하고는 사진을 찍지 않으니 이건 정말 특별한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얼마만에 보는 얼굴인가,,, 내가 사진을 찍어주니 무엇보다 무희가 기뻐해서 기분 좋고, 또 반가운 얼굴들을 보며 그녀들이 여전히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에 나도 즐겁기만 하다. 그들의 얼굴에 주름이 생겨도 언제나 나보다는 느릴 것이기에, 나에겐 여전히 어린 얼굴로만 보일테지.... 온유의 첫돌..

Lovely days 200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