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상자

산그늘의 편지

sav.. 2008. 7. 8. 01:07



         산그늘이 보내온 편지                                                                sav

어떤 사람이 있었다.
내가 그 사람을 처음으로 만난 건 음.... 내가 많이 흔들리고 있을 때 였던 것 같다. 내 안에는 언제나 두 개의 내가 각기 다른 무대를 차지한 채 열연 중 이었고, 내 바깥의 세상은 어지러웠다. 직접적인 어지러움과 숨막힐 듯 숨겨진 어지러움으로 늘 폭발 직전의 조용한 가스 같았다. 내가 서 있는 자리의 지축이 흔들릴 때 내 한숨은 늘 바닥을 뚫고도 남았다. 그 한숨은 근심이 아닌 답담함이었다. 들숨 날숨의 불규칙성 속에서 나의 하루는 시작되고 끝나고가 희미할 때였다, 그 때는 그랬던 것 같다.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게 명백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어쩌면 그 사람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그를 만나면 언제나 내가 나였다. 내가 나일때의 편안함. 그건 지금 생각해보면 선물이었다. 그가 깨닫지 못하고 내게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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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충분히 우울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우울은 가라앉아 언뜻언뜻 상기 될 뿐 일상은 편안하고 유쾌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소박한 그렇지만 커다란 장점. 그는 그걸 알고 있을까? 언제나 맛나게 밥을 먹었고, 노래를 정성들여 불렀으며 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여 주었다. 그리고 특별한 해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냥 그대로 봐주고 받아주었을 뿐. 그는 지금까지도 그건 지독히도 말을 안듣는 내 고집이라고 우긴다(?).

그는 알까? 내가 아침이면 언덕을 오르며 이 아스팔트 빛깔이 어제와 다르기를 바랬고, 오늘의 내가 내가 아니길를 바랬을 때 유일한 즐거움을 준 사람이었다는것을.
난 그의 어린아이같은 순수함과 계산 없는  열정이 좋다. 그가 무지 착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착할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착함이 가지고 있는 배려가 그냥 그대로 있는 그의 따뜻함이 참 좋다.

 난 진심으로 그의 아픔이 아팠고, 그가 행복하길 바랬다. 그의 세상이 그가 바라는대로 환하길 바랬다. 그의 소박한 바램이 절대로 상처받길 바라지 않았고, 그의 사랑이 지켜지길 바랬다. 그래서 그가 그이길 진심으로 바랬다.
 
난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해 준것이 없다. 그래도 그는 또 우긴다. 내가 무언가를 해 주었다고. 그래서 날 또 조그맣게 만든다. 언제나 난 그 앞에서 조그마할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게 있고 싶다. 조그만 아이로. 신발만 이쁘게 신는.ㅎㅎ
그는 수호천사와 살고 있다. 날개는 없고, 날개 만큼 커다란 마음을 가진 천사와.
그는 조그만 별에서 살고 있다. 그 별이 빛나는 이유를 무어라 이야기할까? 음..... 그건 사람이, 진짜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이쁘게 사는 사람들.꾸밈없는 품위.

내가 더 나이 먹어 허리 다리의 통증이 자꾸 내 몸을 두드릴 때까지 그 별의 건강한 평화를 보고 싶다. 그리고 이야기 하고 싶다. 오랫동안. 삶의 소박함과 목숨과 같은 사랑에 대해. 어느 이름 모르는 돌의 전설을 이야기 하듯. 그렇게 매번 설레이면서. 그럴 수 있겠지? 그럴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글...산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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