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글 79

누들(Noodle, 2007)

미리는 두번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난 후로 더 이상 어떤 감정도 남아있지 않은 사람처럼 무의미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중국인 소년 누들(애칭)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식었던 가슴에 따뜻한 온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녀는, 히브리어라고는 "나는 중국인 어린이입니다."만 반복해대는 언어소통도 되지 않는 소년과 오로지 느낌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며 서로의 상처를 감싸주게 되고 또 오랫동안 잊어왔던 사랑의 감정을 어린 누들을 통해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누들을 도와 엄마에게 꼭 데려다주겠다는 결심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갈등을 하기도 한다. 누들을 보내고 싶지 않을만큼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녀를 둘러싼 인물들은 평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늘 일상에서 방황하는 상..

빨간버스 2009.02.05

우리 빠다, 미니핀의 귀여운 모습

싸비의 긴 머리카락을 물고 놀기를 좋아하던 빠다의 어린시절(2002년 월드컵때) ♪ 빠다와 월드컵 그리고 골목길... ♬ 나라와 온국민이 축제분위기였던 2002년,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지독한 고비가 찾아왔던 때가 바로 이 때다. 본업을 벗어나 잠깐 외도를 했던, 새로 시작했던 일이 한 2년간 잘 안풀리면서 가진 것을 몽땅 다 날리다시피 하고, 그해 한겨울 흰 함박눈이 끊임없이 내리는 날... 약 8개월가량의 임시 거처로서 날림으로 지어진 듯한 곧 철거예정인 이층판자집으로 우린 이사하게 되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겨우 두 사람만이 나란히 함께 걸을 수 있는 넓이의 골목, 집 현관문을 열면 벽이 코앞에 바로 닿는 그 좁은 골목길에는 언제나 안개가 가득 차있는 것처럼 흐릿한 풍경으로 당시에도 나는 그 ..

Lovely days 2009.01.14

마음이 자꾸 산으로 간다

어느 날, 나는 내 땅 한평이 이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고 그것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마음 놓고 누울 곳도 없이 세상에 그냥 태어나지다니... 하루종일 해가 드는 양지에 가장 깨끗한 물이 솟고, 숨을 내쉴때마다 맑은 공기가 내 몸에 가득차고.. 뭐든지 심으면 잘 자라나는 생명력 있는 나의 공간, 그런 땅이 있었으면 하고 소망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나는 생전처음으로 내 소유가 되는 백평의 땅을 계약하고 왔다. 재미있게도 저 위 타이틀 그림인 얼마전에 그린 내그림처럼 딱 그 위치에 땅을 얻게 된 것이다. 예감이었을까, 아니 예언일까... 거기 땅이 나오다니... 그리고 싸비도 말하진 않았었지만 그곳에 땅이 나왔으면 했다는 것이다. 또한 산에 살려면 물이 귀한데 좋은 물이 풍부하다는 ..

Dreamer 2009.01.10

곶감에 녹는 겨울

대학 다닐때 대개 하숙생이 많았지만 나처럼 자취하는 후배가 근처에 또 있었다. 그때 그녀는 학교에 다니면서 새벽이면 신문을 배달한다고 했다. 그리고 늘 뭐든 열심이었다. 나를 비롯한 자취생들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사를 빈번하게 하기도 했는데 이사가봤자 대개는 모두 학교 근방에 집을 얻기에 그녀와 나의 집거리는 언제나 OO동 같은 동네였다. 그러다보니 종종 얼굴을 보게 되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또 맛있는 것도 가끔 함께 먹었던 것 같다. 얼마후 그녀(Y)는 또다른 내 후배(N)와 같이 합쳐서 살게 되었고... Y가 졸업 후 컴퓨터에 관련된 일로 부산으로 떠나있는동안 나는 우연히 마을버스에서 그녀와 함께 살던 N을 만나게 되고, 당시 다급했던 나는 싸비와 함께 잠시 머물 곳을 찾아야만 하는 일이 생..

행복한 상자 2009.01.07

밤하늘에 펼쳐진 꿈

"지구인 여러분! 올 연말(年末)에 특히 좋은 꿈 꾸시고, 내년 기축년(2009년)에는 그 꿈 모두다 크게 이루어지시길 바랍니다!" 한가로운 대낮.. 자연의 일부가 되어 활동에 몰두하고, 그들만의 고유한 맛을 내는 산에 사는 모든 것들에 다정히 입맛춤하며, 산꼭대기 가장 순수한 맑은 물이 폭포를 만나듯 시원하게 나를 흘러 산을 휘감아 내려가고 정기는 운해의 맑은 공기로 내게 다가와 날마다 머리와 마음을 씻고 가벼운 산책을 나간다. 그리고 난 밤하늘에 나의 꿈을 펼쳐 놓는다. 아침이면 날마다 제 역할에 충실한 생명들에게 반갑게 인사하고... 나는 늘 여유로운 시선으로 그렇게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지구로 온 기쁨을 이제는 느낄 수 있게 될까? ...sav

Dreamer 2008.12.29

꿈과 사랑 그리고 대단한 그들...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하다보니 영월 공기리 흙집에서 보내게 되었다. 찬바람에도 세상 굳은 모든 것을 풀리게 하는 듯한, 온종일 내려쬐는 따스한 햇쌀로 아늑하게 노란빛 머금은 흙집 내부가 밖의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기분을 차분하고 편하게 이끌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지난번 알게 된 야후산적님에게 말로만 듣던 좋은 분들이라는 또 다른 흙집부부를 만나게 되었다. 모일 사람은 우리까지 다해서 전부 네집(8명)인 셈이다. 어떤 분들일까?... 그들은 며칠전 내린 눈으로 오늘도 고립된 상태였다. 그 이유는 북향지역에 집을 짓는 바람에 눈들이 빨리 녹지않아서라고 한다. 심하면 내년 3월이 와야만 녹을 거라는... 오로지 사륜구동차만이 오갈 수 있는 그 길은 온통 하얀 눈으로 덮힌채 두 사람의 발자국만이 눈 위에 총..

Lovely days 2008.12.28

당신의 푸른계곡을 찾았나요?

나는 항상 현재보다 가능성에 기웃댄다. 그것은 현재보다 미래를 보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람이나 사물 그 너머의 달라질 변화를 미리 예측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현재에 머물려면 그것은 가능한 것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이유가 없었고 때로는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자신을 몰아부치기도 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심리학을 알기전까지는,,, 누구나 자신과 다른 것으로의 변화가 마음만 먹으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는 뜻이다. 요즘 요상한 과일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다. 성분을 알 수 없는 것들로 키워진 그 요상한 과일은 우리의 식탁에서 다른 과일들을 모두 쓸어내 버리고 자기만이 유일한 과일이라고 우겨대고 있다. 모든 것을, 심지어 역사..

Dreamer 2008.12.07

경축! 우리사랑

별 기대없이 본 영화인데 예상외로 참 기분이 좋은 영화였고 아주 재미있게 보았다. 이 영화는 우연한 계기로 딸의 남자친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중년의 어떤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잘못 다루면 이상한 영화가 될지도 모르는 내용이었는데도 김해숙의 리얼하면서 절제된 선 밖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딱 그녀에게 어울리는 스타일로 사랑에 대한 감정이 과장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너무나 잘 표현된 연기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특별한 재미였다. 지난번 소매치기로 나왔던 영화 '무방비도시'에서도 그녀의 연기가 나에겐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어쩌면 내 생각에 연기하기가 더 어려울 것 같은 이 영화에서 더욱 그녀의 놀라운 연기력을 진짜 실감하게 되었다.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남과 다른 내면연기가 그녀 속에 존재하..

빨간버스 2008.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