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상자

엄마는 인어가 아닐까?...산그늘

sav.. 2008. 8. 3. 13:11



엄마에게서는 물비린내가 난다. 어느 날 저녁을 먹으며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엄마는 깊은 바다에 정말 인어가 살고 있다고 믿어?"
엄마는 아니라고 대답했고, 어느 과학자가 연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엄마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엄마는 인어가 어딘가에 살고 있을거라고 믿고 있는 아니, 믿고 싶어하는 사람이란 걸 나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우리 엄마가 깊은 바다에 살고 있었던 인어가 아닐까. 그래서 언제나 깊은 바다를 그리워하는건 아닐까. 그리고 난 불안했다. 언젠가는 엄마가 나를 여기에 두고 바다로 가버리면 어쩌나.......
엄마는 습기가 많은 사람이다. 엄마를 짜내면 엄마에게서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엄마는 수생식물을 유독 좋아한다. 그리고 엄마는 바다가 떠올라 있는 하늘을 매일매일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엄마는 분명 깊은바다로 가버릴것이다. 그러면 나는...... . 엄마는 내가 하늘의 별이었다고 했다. 어느 날 별이 엄마 뱃속으로 들어와 버렸다고. 누구나 그렇게 태어나는 거라고. 그래서 다들 다시 하늘의 별로 돌아가야한다. 엄마도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나는 울었다. 엄마 가지마...... .

엄마는 별이 되면 내가 볼수 있는 곳에 있을거라고 했다. 낮에도 밤에도. 그래도 엄마 가지마....... . 내가 엄마 가슴 속으로 파고 들면서 나는 엄마의 습기와
엄마의 물비린내를 느끼고 맡았다. 엄마는 하늘이 아니라 바다로 갈 거 같아.





엄마는 내게 이만큼의 거리를 둔다. 그 거리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엄마는 내 손을 잡을 때 나를 안을 때 따뜻함을 주기 때문이다. 엄마가 주는 거리가 나를 불안하게 하지만 그건 엄마가 인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고기 꼬리를 힘겹게 감추고 있는 엄마. 아니, 엄마에게도 보이지 않은 물고기 꼬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엄마는 자주 슬픈표정을 짓는지도 모른다. 엄마가 인어인 줄 알게되면 엄마가 훨씬 편해질텐데. 그러면 엄마는 바다로 돌아가버릴까? 나를 버리고?

사람은 돌아 가야할 곳이 있다고 편한 자리가 있다고 엄마가 그랬다. 엄마가 물고기 꼬리를 알아챘을 때가 올까? 엄마가 그 땐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난 내가 알고 있는것을 엄마가 모른다는것이 이상하지만 엄마에게 말해주고 싶지는 않다. 엄마는 내 곁에 있어야 하는거니까. 그게 엄마자리니까. 하지만, 난 엄마의 습기를 느끼는것이 불편하다. 습기 찬 엄마의 등은 너무 슬퍼보이니까.

엄마가 깊은 바다에 사는 인어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에게도.  당분간은. 절대로. 절대로. 시간이 흘러 내맘이 변할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엄마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때가 올런지도. 참 복잡한 일이다.

근데 나한테는 무슨 냄새가 날까?



글...산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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