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days

코난, 안녕... 잘가!

sav.. 2008. 10. 27. 20:24

"인연이겠지. 이런 일이 있기전에 한번이라도 네 얼굴을 보았으니...
따져보니 널 처음 본지가 겨우 한달도 채 안되었구나,,,
그리고 네 나이, 피도 하나 아직 안 마른.. 세상을 처음 본지 이제 겨우 칠개월 이고..."

갑자기 흙집부부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린 기다렸다는 듯이 또 기대 속에서 한마디, "코난?"을 순간 동시에 외치며
평소 전화받는데 느린 싸비는 이번에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목소리는 코난이 결국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며 흔들리고 있었고
이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수화기속 그녀가 울음을 터뜨렸다.
싸비 또한 전화를 반가와 하자마자 곧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말을 더이상 잘 잇지 못하고...
 "네. 네..." 대답만 하며 구멍난 뚝처럼 전화를 끊고도 흘러나오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래... 사람이나 동물이나 사랑을 주면, 준 사람에겐 모두가 같은 것이지.

코난이 산에서 오늘 아침에 굶어 죽은 채로 발견된 것이다.
정말 허무하게도 굶어서 죽었다는...
어제까지만 해도 올무에 걸린 짱구 옆에 있었다던 코난이.
그렇지 않아도 부부는 코난이 너무 어려 어떻게 산에서 살아남을 지를 걱정했었었는데,
그 예상이 딱 들어맞고 말았는지... 잃어버린지 10일만에 산중에서 먹지 못해 홀로 죽어간 것이다.
마치 지난번 다큐멘터리에서 본 흰곰처럼 그렇게 갑자기 기운이 빠지며
땅위에 쓰러져 숨을 거둔 것일까.

그들은 그곳에서 보통 "산적네"라 불리운다.
그 산적님은 죽어있는 코난을 그래도 살려보겠다고 인공호흡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저런 애씀에도 소용이 없자 그들은 하는 수 없이 숨소리 고요한 그 녀석을 데려와서
바로 보이는, 집 앞 어디엔가 묻어주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후부터 지금까지 둘이서 소주를 마시고 싸비에게 전화하는 거라고...

사람의 인생처럼 그들의 생에도, 짱구와 같이 두 번 올무에 걸렸었는데도
절묘하게 두 번 다 구해져 오히려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 전화위복도 있고,
또 올무에 한번 걸리지 않고 잘 살아남았다가 게다가 죽기 하루전 구해질 수 있었는데도
어떤 작용으로 오히려 다시는 돌려지지 않는 그저 망연자실 하게 두 손을 놓아야 하는
운명을 지닌, 생명의 알 수 없는 미래가 오늘은 신비롭기보단 슬프게만 느껴진다.

코난아, 우리들은 이럴때마다 이렇게 말하지. 그것이 너의 타고난 운명인게지...
물론 이 말들은 너를 잃은 우리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이란다.
잘 가거라! 위험없는 좋은 곳으로...
사랑 가득한 곳이든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는 無의 세계로 가거라.
아직도 빠다에게 치근덕 대며 따라다니던 너의 몸만 큰 귀여운 모습이 생각나는 구나.
이제, 너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사는 거야...


짧은 생을 마감한 코난을 기억하며...sav








다행히 구해진 짱구, 코난의 몫까지 건강히 오래오래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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