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한번 따뜻한 아궁이 앞에서 겸연적게 장작불빛에 그을린듯 검붉은빛 얼굴로 이제 세번째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웃었고, 새 아궁이 속의 숯불 위에 동네분들이 어제 잡았다던 흑돼지의 갈비가 삽 위에서 익어가는 동안 산적님과 나는 소주를, 싸비와 들꽃님은 맥주를 한마디 인사와 함께 한 잔씩 주고 받았다. 그들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돌아온 짱구를 기특하게 바라보며, 그간의 코난이야기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마을사람들은 코난이 배고픔도 배고픔이지만 너무 어린 녀석이라 짱구와 헤어진후 그만 애가 타서 죽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이 마을의 이방인에 불과했었지만, 코난의 죽음과 며칠간의 수색을 과정을 통해 자신들도 모르게 그동안 사람들과의 사이에 작은 온정이 지펴지고 있었다는 것을 코난 때문에 깨닫게 되어 생각할 수록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 사건 속에서 대다수 마을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도와준 것과 또 그 중 일부의 마을친구들이 그들과 함께 울어준 마음에 생각지도 못했던 감동을 깊이 받은 것 같았다. 밤하늘 달과 별이 밝은 것처럼 서로에게 좋은 사람으로 더욱 밝아지길 소망하며 가벼운 술한잔과 소박한 담화를 끝내고 우린 다시 흙집 따뜻한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불뺀지 오래인데도 역시 전과 같이 천천히 뜨거워지며 온몸이 시원해졌다. 두툼한 흙바닥이 이처럼 좋은 것에, 그리고 구들이 이런 매력이 있다는 것을 여태 몰랐던 내가 오히려 놀라울 뿐이다. 잠이 오질 않았다. 통유리 창밖에 별이 그대로 들어와 빛나고 있어서 그런걸까. 누워서 하늘과 바로 맞닿을 수 있다니... 이곳은 하늘과 별과 우주가 현실이 되는 매력적인 곳이다. 다음 날, 나는 전기톱과는 좀 다른 톱날에 체인이 감겨져 있는 무시무시한 공포영화에나 나올법한 톱 사용하는 것을 가르쳐주는대로 한번 따라 해보았다. 어렵지는 않았지만 위험부담이 큰 공구라 긴장을 한시도 풀지 않으며 온신경을 곤두세워 일단 잘 해냈고... 오히려 보다 쉽지 않았던 것이 장작패는 것이었다. 쇠도끼로 통나무의 가운데를 찍어 쪼개는 것인데 생전 처음이라 헛단데를 찍기도 하고 이때 어설픈 도끼질에 우스운 몸짓으로 스스로 얼굴이 시뻘개진 내 모습에 주변에서 유쾌히 웃어댔고, 난 '조금만 더 기다려 봐' 이렇게 마음속으로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며 또한번 내려 찍었지만 옹이가 있는 나무는 정말 쉽게 쪼개지지 않았다. 하지만 뭐든지 몇번 해보면 저절로 요령을 알게 되는 법이니, 역시 몇번을 더 해볼 수록 힘보다는 요령이라는 것이 느껴지고 도끼를 잘 떨어뜨릴 수록 "쩍, 뻑!" 이라는 명쾌한 소리가 나면서 멋지게 두조각 세조각으로 나뉘었다. 유치하지만 주변의 박수갈채에 부응하듯 "쩍!" 소리를 더 자주 내주며 나는 '부들부들' 더 힘을 냈다. 막 머슴의 근육이 어깨와 팔뚝에 생기는 것만 같았다. ㅎㅎㅎ 두꺼운 옷도 벗어버리고 흐르는 땀에 벌이 가끔 날아든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고 있는 사이 우리빠다는 짱구에게 친근하게 다가선다. 여태 만난 강아지나 개들중에 빠다가 관심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나와 싸비는 너무 반가웠다. 빠다가 갑자기 집에서 늘 배워온 '사랑해요' 라는 모션을 짱구에게 취해 보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짱구는 잠시 가만히 있더니 고개를 돌려 버렸다. 이런, 어쩌나! 우리 빠다가 거절당한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사랑해요'라는 동작은 두팔을 목에 감고 얼굴을 대는 것인데 빠다가 짱구의 목에 두팔을 얹고 그를 은근히 바라본 것이다. 그리고 다시한번 그의 목에 두팔을 올렸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자 "응으응으흐~" 뭐라 소리를 내면서 싸비에게 그만 초라한 얼굴로 돌아온다. ㅎㅎㅎ 짱구에게 또 퇴짜를 맞은 우리빠다! 집에 돌아와서 자고 일어났을때 '아이고~' 소리가 저절로 나오고 팔뚝과 허리에 알이 배고 특히 허리는 담이 들린 것처럼 잘 펴지지 않았다. 그리고 도끼를 잡았던 왼손바닥에는 벌써 한군데 슬쩍 물집이 하얗게 잡혔다. 그들이 산에서 처음 흙집을 지을 때 익숙치 않은 몸 때문에 상상보다 훨씬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이 스친다. 함께 집을 짓는다는 힘든 과정 속에 새로운 희망을 꿈꾸며 열심히 지었을 두 사람을 생각하면, 몸은 피곤하지만 도시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대화와 꼭 필요한 서로의 존재를 느끼면서 일할 수 밖에 없는 생활이 두 사람을 더욱 가깝게 해준 것이 아닌가,,, 미루어 짐작해본다. 다 가진 사람은 더이상 필요한 것이 없으니, 어쩌면 행복해지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보다 젊었을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다'라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이 세상을 들여다볼 수록 물질적 풍요를 가진 사람은 많아도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은 더 드물다는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혹은 인생의 목적이 행복이 아니라면, 글쎄... 무엇일까?.... 행복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까... ...s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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