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er

나의 그림이 된 뱀

sav.. 2005. 6. 6. 00:39


왓슨의 실험...고전적 조건형성

왓슨은, 앨버트라는 11개월된 유아에게 희고 털이 많은 쥐를 두려워 하도록 조건형성시킨 실험을 실시하였다. 앨버트는 처음에는 흰 쥐에 대해서 아무런 공포도 느끼지 않았으나, 앨버트가 쥐를 만지려 할때마다 왓슨이 큰 징을 울렸다. 아기는 그 소리에 너무나 놀라 급기야는 쥐를 무서워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흰고 털이 난 다른 대상에게도 일반화된 공포를 보였다. 그래서 앨버트는 산타클로스의 수염조차도 무서워하게 되었으며 모피코트나 털목도리 등에도 공포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공포는 학습된다?

내가 살았던 작은 시골동네에는 이상하게도 뱀에 물려죽거나 물린 부분이 뚱뚱 부운 채로 병원차에 실려 가는 일이 참 많았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뱀을 유난히도 무서워했다.

아주 어렸을때 나는 개구리, 벌레, 지렁이, 도마뱀 등을 맘대로 손으로 만졌던 기억이 난다. 특히 도마뱀은 꼬리를 잡으면 스스로 떼고 도망가기에 심지어 그 놀이를 즐기기도 했던 거 같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갑자기 손에 닿은 개구리 표피가 징그럽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뱀 피부와 비슷해서 였을까?
아마도 뱀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기다랗고 꿈들거리는 형태의 모든 생물로,
또 촉촉하고 미끈한 피부에 뱀무늬처럼 보이는 모습을 가진 모든 생물에게로
왓슨의 실험처럼 나의 공포는 일반화되어 가는듯 했다.

 

꿈속으로 온 뱀들

언젠가부터 밤마다 악몽은 시작되었고 한때  나의 꿈은 온통 뱀으로 채워진 적도 있는 것 같다. 그 중 정말 괴로웠던 기억으로... 어둑어둑해질 무렵 추적추적 비오는 날, 검은 아스팔트위를 혼자 걷고 있었다. 놀랍게도 길위에는 수백마리의 검은 뱀들이 토막난 채 꿈틀대고 있었고 나는 우산을 들고 그것을 밟지 않으려고 깨금발로 애를 쓰며 나아갔다. 끝도 없이...  너무나 괴로워서 일까, 자다가 나의 신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또 다른 꿈으로는 친구들과 산에 오르고 있었는데, 등 뒤에서 갑자기 '쉭~' 날아온 뱀에 엄지를 물려 놀라서 깨기도 했다. 나는 어릴적부터 유난히 공상이 많아서 그런지 날아 다니는 뱀에 대한 상상을 하곤 했다. 무서워하면서도 보고싶어 하는 것이 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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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림이 된


그 중 공포와 동시에 친근감을 주었던 뱀으로 기억한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꿈으로, 상상을 추가해 그림으로 옮겨보았다. '멀리서 무성한 가로수가 멋지게 뻗은 길을 보고, 그곳을 향해 즐거운 마음으로 가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아주 커다란 초록색 뱀들이 큰 나무마다 한 마리씩 둘둘 말려 있었다. 첨엔 너무 놀랐으나, 사람의 얼굴같은 느낌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은근히 친근감을 주었다. 나는 한참동안 서서 그 신비한 광경을 보았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어쩌면 실제보다 지나치게 왜곡된 공포에 사로잡혀 있는 내게, 내 속의 무의식이 사물을 냉정하게 볼 수 있도록 하기위해 이런 꿈을 꾸게 했나 보다. 즉, 꿈을 통하여 그들이 생각만큼 공포의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내부의 무의식을 통하여 나에게 가르쳐 준 것만 같다.

실제로 만난 뱀...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독사를 만나다.

중학교 때... 1시간마다 한 대씩 다니던 버스를 놓쳐 산을 하나 넘어야 되었는데... 그 때가 가을이었다. 갑자기 스르륵 스르륵 낙엽위를 스치는 소리가 들리고 순식간에 코 앞에까지 와서 목을 쳐들고 나를 바라보는게 아닌가. 세모난 얼굴이 꼭 독사 같았다. 나는 침착하게 가방을 앞으로 들고 뱀이 나에게로 다가오면 그 얼굴에 가방을 던질 태세를 취했다. 그리고 나도 같이 레이저를 쏘듯 지지않고 뱀을 노려봤다. 사실 너무 무서웠다. 왜냐하면 뱀이 내려오는 움직임이 굉장히 빨랐고 게다가 1m 이상을 한번에 미끄러지듯 직선으로 내려온다고 얼핏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뜀박질이 느린 나는 도망을 포기하고 뱀과 맞서게 되었다. 놀랍게도 잠시 그렇게 노려보고 있더니 뱀은 그냥 되돌아 가는 것이었다.


지그재그

갑자기 재미났던 일화가 떠오른다. 친구들과 냇가에서 놀다가 저쪽에서 누군가 갑자기 뱀을 발견했는지, "뱀이다!" 라는 소리가 들리고 한 친구가 뛰기 시작했다.

평소 뱀에 호기심과 두려움이 많았던 난 어깨동무(그 당시 어린이 잡지)에서 본 '뱀은 직선으로 움직이니 지그재그로 도망가면 된다' 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나는 그 친구를 향해 소리쳤다.  "지그재그로 도망가! 그러면 뱀이 못쫓아온대~~" 그 소리를 들은 친구는 꽁지가 빠져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갑자기 지그재그로 뛴답시고 엉덩이만 마구(진짜 이쪽저쪽으로 펄렁펄렁~!) 흔들며 뛰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는 무서움과 급박함도 잊은채.. 모두들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었다. 그 친구는 그 뒤로 한동안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지 못했고 우리들은 그 모습을 재현하느라 웃고 또 웃고 ...ㅎㅎ


나의 그림이 된 뱀...s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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