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작은집 조카가 혼자서 서울 나들이를 왔다. 이제 고2가 되었는데 처음 내가 보았을 땐 3살짜리 발음도 정확하지 않았던 아주 작고 귀여운 어린아이 였는데 지금은 제법 청년같은 모습이다. 시간이 갈수록 아빠의 얼굴이 더 많이 묻어난다. 기특하게도 학년이 올라갈 수록 성적이 좋아진다고 했다. 예전의 내 모습을 보는 것처럼 무척 말수가 적었다. 방학이라 모처럼 서울에 온다니 무엇을 보여줄지 고민이 많아졌다. 젊은이들이 많이 가는 거리를 보여주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 보았다. 멀지 않은 시일내에 어쩌면 서울로 유학을 올지도 모르는 조카에게 의미있는 시간이 되어야할텐데... 마침 지난번에 같이 일했던 예쁘고 마음 좋은 J가 생각나서 전화를 했다. 지난번 그녀는 홍대앞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꼭 한번 놀러오라고 했던 것이 생각나서 전화를 했는데 그녀의 전화기는 잠을 자고 있었으니 난감하였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음성을 남겨두고 잠시 쉬고 있는데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무척 반가운 음성으로, 아르바이트 시간이 끝난 것 같은데 그녀는 일을 마칠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먼저 차 한잔 하시라고... 들어가 커피와 주스를 시켜 마시고 그녀가 일을 마칠때까지 기다렸다. 잠시 후 그녀는 공연 스케줄표와 단편영화 상영안내표를 내밀었다. 어떤 것이 좋을지 모두들 결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서로의 눈만 바라보고 있을때, 안되겠는지 그녀가 우선 저녁부터 먹자고 했고 우린 그녀가 추천한 수제 햄버거 집으로 향했다. 들어가는 입구가 아주 예쁘고 아담해서 마음에 들었다. 계단입구에 들어서자 젊고 예쁜 아가씨가 옷을 팔고 있었는데 왠지 옷이 다 이뻐보였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실내분위기도 괜찮았고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그녀는 주인장과 안면이 있는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메뉴판이 나왔는데... 왓! 햄버거 하나에 가장 저렴한 것이 8000원대... 그리고 10000원이 넘는 것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조그만게 아닌 무지하게 커다란 햄버거가 나왔다. 맛은 그런데로 먹을만 하였는데 맛에 비해 가격이 좀 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좋은 사람들과 먹었으니.. 됐지 뭐~ 그리고 함께 서비스로 나온 치킨 샐러드가 맛이 좋잖아! 창구의 안내서를 읽어보니 요일마다 공연 내용이 달랐고 더구나 그날은 어쩐지 딱히 볼게없는 것처럼 느껴져 서로 선택하기를 주저하다가 오늘의 주인공 조카에게 선택하도록 했다. 그는 정말 간신히 신인밴드와 단편영화 중에 단편영화를 선택했다. 시간이 남아서 건물 안에 있는 선물가게에 들어가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다보니 어느새 영화상영시간이 다 되었다. 처음 상영작은 '달'이었는데 보다가 슬슬 화가나기 시작했다. '다른 영화도 다 이런 수준이라면 어쩌지' 스토리도 없고 표현도 부족하고 연기자의 연기력은 더더욱 안되고 3박자가 너무 잘 맞아 영화보러온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작품을 보면서 점점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그런데 마지막 '지옥행'을 보고 모든 것을 용서했다. 아주 간결하면서도 스피드하게 전개된 상상스토리와 음악,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3박자가 잘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게다가 마무리까지 나무랄데 없었다. 마치 어린시절 꿈에서 경험해 봄직한 것을 영상으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브는 자기 어린시절의 괴롭게 시달렸던 꿈과 너무 비슷하다고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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