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행복한 가을이었으면 했지만 싸비는 수술까지 하게 되어 입원을 했다. 며칠전 월요일이 바로 수술하는 날... 다행히 너무나 맘에 드는 의사를 만났고, 그녀는 개복하지 않고 복강경수술을 일단 시행한다고 했다. 만일의 경우가 발생하면 개복도 감수하자고 하며... 여기서 알게 된 이야긴데 블로그엔 중년 여성들이 많으니 도움이 될까해서 올려본다. |
4인용 병실에 들어서자 벌써 수술을 하신 두 분이 끙끙거리며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녀들은 아픈 와중에도 웃음을 흘리면서 농담겸 무지하게 아프니 무통주사를 신청했냐고 하면서 "아이고 나 죽겠네"를 연신 내밷고 있었다. 사십대 중반의 그녀들은 모두 개복을 했고 모두 허리를 펴지 못했다. 수술후 사흘이 지났는데도... 그 중 한 분은 패혈증 의심과 수혈까지 받고 있었고 또 두분 다 출혈이 심했고 한다. |
일단 복강경 수술은 한번도 개복하지 않은 사람이 유리한 조건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개복을 하게 되면 거의 다 장끼리 유착하게 된다는 것. 유착이란 여린 속피부가 약간의 상처로도 까져서 서로 붙어버리는 걸 말한다. 이렇게 되면 복강경 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혹은 개복하지 않더라도 뱃속 장에 염증이 있어도 유착이 온다고 한다. 다행히도 싸비는 한번도 개복한 적이 없어 복강경 시술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고하니 가능하면 제왕절개는 하지않는 것이 좋을듯 했다. 싸비의 병명은 다발성 자궁근종이었다. 지병이 있어 약을 계속먹고 있는데 어쩌면 이 약의 부작용인지... 1년전 정기검진때도 몰랐는데 갑자기 많이 혹이 생겼고, 그것이 2달사이로도 더 커져 빨리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 |
다음 날 아침 싸비는 수술실로 들어가고 나는 보호자대기실에서 전광판의 싸비 수술중이라는 글을 보고 그 글씨가 회복중으로 바뀌기를 기다렸다. 한쪽 구석엔 전화가 있는데 수술중에 그 전화에서 보호자를 찾으면 안좋은 소식이라는 말을 듣고 난 약간 신경을 쓰며 앉아 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며 난 담배를 잠깐 피우러 나가지도 못하고 꼬박 2시간 45분을 기다렸다. 그 중간에 몇 번의 전화가 울리고.. 아무도 받지 않아서 내가 받았다. 000씨의 보호자분 안계세요? 묵묵부답.. 벌써 세번째 전화지만 나이드신 분의 수술이라 그런지 보호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자식이 무슨 소용인가?... 배우자밖에는 없는가 보다. 마취에서 깨자마자 수술실에서 바로 나온 싸비는 나와, 함께 있어준 후배를 바로 알아보았고 모두 병실로 함께 갔다. 옆에서 여전히 아파하는 옆 아주머니들에 비해 그녀는 생각보다 아프지않다며 마취가 안풀려서 그런가보다 했다. 나는 싸비가 혹 개복했는지... 난소는 안전한지 마구 궁금한 것들이 떠올랐지만 주치의가 와야 모든것을 알 수 있는 것들이라 그저 얼마나 아픈지를 물었고, 이 순간부터 2-3시간동안 잠을 자지않도록 해야한다는 간호사의 말에 오히려 그녀가 잠들지 않도록 괴롭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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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잠에서 깨어나 수술 받은 사람 같지않게 싸비는 혼자서 자세를 바꿔 움직이는게 아닌가. "괜찮아? " "응, 조금.. 아주 조금 아파."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 두 분은 3일째인데도 아프다고 난리인데 그 분들 한테 좀 미안해졌다. 그래서 싸비는 "아유~ 엄살이 심하신거 아니예요?" "제가 아픈걸 좀 잘 참는 편이라서."... 이렇게 넘어갔다. 오후 회진때 담당의사가 왔다. 그녀는 유쾌한 사람이다. 잔뜩 부풀어진 머리에 약간 높은 톤의 목소리 그리고 활기차고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 처음 본 순간부터 딱 맘에 들었다. 그녀는 이렇게 물었던것 같다. "어떤 문제가 있어서 오셨나요?." 활짝 웃으며 부드럽고 성의있는 표정과 목소리 그리고 성의껏 문제를 들어주겠다는 태도로... 그리고 사진을 찍었는데 인화가 잘 되지 않아서 보여주지 못하게 되었다고. 수술은 아주 잘 되었고, 난소를 그대로 두어서 여성호르몬 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걱정했던 출혈도 적었고... 자신도 만족해 하는 얼굴 이었다. |
옆 병실의 환자들
우리는 병원 측 사정으로 옆 병실로 옮기게 되었다. 다행히 밖이 보이는 창가가 우리 자리가 되었다. 서먹하게 들어서고... 이 병실은 왠지 분위기가 어두웠다. 그리고 바로 옆의 고와 보이는 환자는 커튼을 치고 아무도 말하고 싶지 않다는 듯 돌아누워 있고... 잠시 후에 간호사가 오고 그녀의 갸날픈 소리도 들려왔다. 수혈하는 중에 세번이나 지금 핏줄이 터졌다는 안타까운 말이 들려왔다. 간호사는 이번에도 실패하면 자기가 물러나겠다는 말로 그녀를 안심시키고... 다행히 이번엔 성공인가 보다. 잠시후 그녀의 언니가 왔고 어쩌다 말을 서로 나누게 되었는데... 그녀는 다른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서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다시말하면 자궁경부암 말기라서 수술도 할 수 없다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수술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이구나!' 그녀는 43살이고 독신이며, 자식도 없었다. 그리고 억울한 것은 그녀가 주변 아주머니들의 말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버렸다는 것... 듣자하니 기도의 힘으로 나으려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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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한 암 대각선에 누워있는 사십대 중반의 환자를 처음엔 보통 환자라고 생각했다. 밤 중에 돌연 일어나서 침대에 기대고 서면 남편은 그녀의 다릴 쉴 새없이 주무르고, 그러다 자상해 보이는 남편에게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하고... 친구들이 오면 무척 즐거워 보이다가도 그들이 다 가고 나면 다시 침대 옆에 서서 엎드려 있곤 했는데 그녀는 무척 힘들어 보였다. 하루가 지나 서로 말을 주고 받게 되었고 그녀가 아주 특이한 병을 앓고 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아저씨가 아주 자상해 보이세요." 내가 그러자 그녀는 "저는 원래 신경질 같은 건 내 본적이 없었는데... 이젠... 말을 하려면 너무 억울해서..." 하며 벌써 눈물이 글썽해지는 것이었다. 그녀는 외음부암이라는 산부인과 질환의 3%에 해당하는 희귀한 병에 걸렸다고 한다. 전에는 부끄러워서 말도 못꺼내고... 입원전까지 펄펄 날았다는 그녀. 더욱 화나는 건 의사들 자기들만 알고 왜 이런 병을 소개해 놓지 않았는지... 그녀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사실은 있었다. 그녀는 일찌기 병원을 찾았었는데 동네병원에서 그저 염증치료만 하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결론을 내었고... 그래도 잘 낫지 않자 다른 병원에서도 마찬가지...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한 달전에 응급실에 오게 되었다는.. 방광이 터져서... 어떻게 수습을 하고 또 초음파 등 여러검사를 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답답한 나머지 의사에게, 아픈데 어떻게 아무 이상이 없을 수 있냐며 조직검사를 하자고 했다한다. 여기서 그녀의 병명은 밝혀지고 세군데 조직에서 모두 암세포가 발견 되었다는... 안타깝게도 이미 외음부에서 시작되어 방광, 자궁까지 이미 침범한 것이었다. 여기까지가 8개월이나 시간을 허비 하게 된 사연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그녀는 4기 외음부암이었다. 그리고 평생 이 병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의사도 많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수술도 할 수 없으니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하자며 그녀의 남편에게 퇴원을 권유 했다한다. 그녀의 남편은 오진-아무 이상 없다고 해 시기를 놓친-을 한 병원과 의사가 너무 밉고 원망스럽다고 했다. 모두가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그리고 벌써 항암치료를 시작한지 1개월이 흘렀다는... 그녀도 옆여인과 마찬가지로 내일이 없는 환자였다.
때문에 수술이 아주 잘 되어서 춤이라도 추고 싶었던 우리는 맘을 자제하며 얌전히 그 병실에서 두 밤을 보냈다. 퇴원하는 날... 그들이 더 허전해 할 걸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겁기만 했다. 평소 불만이 많았던 투덜이라면 오늘부터 삶의 자세를 바꿔야한다. 건강하다는 단 하나 이유만으로... '건강하다는 것만으로 오늘이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란 걸 새삼 깨달았다.' |
그냥 수술이라고만 하여 궁금했지만 더 이상 물어 볼수가 없었어요.
글을 읽으니 안심해도 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두 분 모두 애쓰셨네요.
많은 걱정하셨지요? 그럼 퇴원하셨나요? 05/10/22 (토) 오후 11:10 평가교슈
얼마나 놀랐다구요...다행이네요 ㅎㅎㅎ 울 친정어머니도 오래전 비슷한 수술 하셨거든요...
울 친정아버지 여행 좋아하시는 어머니 여행 반대파 이셨는데...
그 수술 이후로 건강하게 사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여행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금까지 여행을 즐기시는 우리 어머니 ㅎㅎㅎ
그때가 40대 중반에 수술하셨는데... 지금 70이 훨씬 넘으신 어머니 지금도 열심이 여행다니시는...^^
싸비님 이 기회에 사브님에게 소원 한가지 말해요...ㅋㅋ 05/10/23 (일) 오전 1:24 아랄리야
싸비님...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좋은 음악 들으며 마니마니 웃으세요...
싸비님과 사브님의 사랑 아름다와요...*^(^* 05/10/23 (일) 오전 6:38 새벽날개
두분이 함께 치른 그 시간들이 얼마나 힘든 상황이였을지.... 사브의 싸비에 대한 사랑.
이런때 부럽다고 이야기 하면 너무 경망스럽겠지요.
두 분 그렇게 잉꼬 같은 사랑으로 지금 이 아품을 같이 나누시고
그 사랑 영원함을 옆에서 마냥 부러워하겠습니다 05/10/23 (일) 오전 7:23 평가교슈
힘든 일을 치루셨군요. 그렇네요. 건강하게 살아 있는 오늘이 행복하군요.
사브님, 싸비님 더욱 힘내시고, 빨리 쾌유하시길 바랍니다. 05/10/23 (일) 오후 2:49 eliteart
여기 모두 모여있네요. 제가 사랑하는 분들... 에구 마루님이 없네. 05/10/24 (월) 오전 9:07 sav
아랄리야님... 걱정해줘서 고마와요.^^ 어머니가 건강하게 함께 계시다니까 정말 부러워요.
사브에게 이 기회에 소원 꼭~ 말해야지...~~ㅎㅎㅎ 05/10/24 (월) 오전 9:15 싸비
새벽날개님 감사해요...^^ 맛있는거 많이 먹고 좋은 음악 들으며 많이 웃었어요. 날개님 말처럼~~ㅎㅎ
05/10/24 (월) 오전 9:19 싸비
평가교수님... ㅎㅎㅎ~~
그런 일 없어야 되지만, 만약 교수님 아프셔서 입원이라도 하면 우리 불러주세요.
옆에서 지켜드릴게요. 다른 환자들 부~럽도록~~~^^* 05/10/24 (월) 오전 9:19 싸비
eliteart님 고마와요. 네~ 건강하게 살아나서 이렇게 서로 이야기 나누고...^^
오늘 지금 난 행복하답니다.~~ㅎㅎㅎ 05/10/24 (월) 오전 9:25 싸비
마루네는 어제 수유리 어머니댁에 가서 너무 놀아서.. 오늘 게으른..
그러셨군요.. 혹시나 싸비님이 아프신가했더니.. 수술을..ㅠ.ㅠ
그래도 잘 참아주시고.. 아프지 않다고 남편을 안심시키시고.. 수술도 잘 되었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저도 수술을 여러번 했었는데.. 처음 수술할 때 수술실로 들어가는 저를 마지못해 놓아주던 남편의 눈동자를 잊지 못합니다.. 두 분 앞으로는 건강하게 재미난 일상만 있으시길.. 05/10/24 (월) 오후 1:15 마루
해이해져 가던 마음에 찬물 한 바께쓰 확 얹혀주셨어요. 부끄럽네요...ㅠㅜ
아, 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을 살아야 하겠고 사브님, 싸비님처럼 사랑도 해 둬야겠고...
정신 차려야겠어요. 새로운 몸 상태에 얼른 적응하시고 이젠 아프지 마시구요. 05/10/24 (월) 오후 7:28 소와
마루네님도 수술을 받은적이 있었군요. 그것도 여러번이나...
남편이 말은 안해도 속이 시커멓게 탔겠죠. 제가 압니다...
마루네님, 이젠 둘 다.. 병원 이딴거 졸업해요. ㅎㅎㅎ~~~
약한 몸 강하게 업그레이드 한번 하자구요. !! 05/10/24 (월) 오후 9:23 sav
소와님 이제 사랑이... 곧 국수는 먹게 되나요?... ㅎㅎㅎ~~
오랜만에 오셨는데... 고마워요.^^* 05/10/24 (월) 오후 9:36 sav
국수 반죽도 다 안 끝났어용. ^^ 05/10/30 (일) 오전 1:14 소와
그럼 지금 반죽중이란 말입니까? 기둘리겠어여... ㅎㅎㅎ~~^^* 05/10/31 (월) 오전 1:16 sav
최영훈입니다. 큰 수술이 있었군요! 05/12/17 (토) 오후 3:06 최영훈
최영훈씨~~~ 너무 반가워요. 보고싶네요. 잘 지내시죠?
오늘 일하고 돌아왔더니 반가운 친구가 다녀갔네요. ㅎㅎㅎ~~
네. 시련?을 잘 이기고 이젠 노래를 부를 정도 랍니다. ㅋㅋ~~ 05/12/17 (토) 오후 6:10 s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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