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 days

수줍은 미소

sav.. 2005. 2. 14. 10:02


건강상의 이유로 나는 문화센터에 등록하게 되었다. 마침 집앞에 버스도 다닌다고 하여 망설임없이... 매번 버스를 타고 내리며 숫기없는 난 버스기사 아저씨에게 가벼운 목례정도 그것도 간신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저씨는 점점 별일도 아닌데 괜히 버스 손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그것도 처음 등록해서 버스 타는 일도 처음이고 낯설은 사람들에게... 잔뜩 짜증이나 이번엔 무안해 하던 손님이 화가날 지경까지 몰아가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속으로 나같으면 '아저씨 왜 그렇게 화내면서 말씀 하세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 것을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제가 못 알아듣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기분 나쁘게 하실 것까진 없잖아요.'.라고 생각했다. 무안해 하는 손님을 대신해서 말하고 싶었다. 사실 그 일은 아저씨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거 였으니까.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뭐 사람마다 개인적인 사정?이 따로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도 해보고 또 아무일에나 감나라 배나라 할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알고보니 이런 일은 그 날 하루가 아니었다. 계속 반복되었고... 내게 그런건 아니지만 그 아저씨의 태도가 맘에 안들어서 '나한테 걸리기만 해봐.' 하며 그냥 내심 좀 화가나 있었다. 아저씨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것도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점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아저씨를 유심히 관찰해 보기로 했다. 대개.. 사랑받은 사람은 너그럽고 매사에 여유로와서 다른 사람을 사랑해 주게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반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경우 상대가 사랑을 주지 않을까봐 미리 방어하고 탱탱 거리며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생각하니 측은하고 안스럽기까지 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사랑! 관심 이런 것이 아저씨에겐 필요했던 것이다. 어느 날 벼르고 별러서 비타민C 한병을 사들고 아저씨 몰래 운전석 앞에 가져다 놓았다. 왠지 난 이런 일도 너무나 쑥스러웠다. 그리고 잠시 후 아저씨는 운전석에 앉고나서 그 비타민C병을 보게 되었고 누가? 왜? 이런걸 여기다 두었는지 궁금해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난  "아~ 아저씨 제꺼 사면서 같이 산거예요. 드세요."...아휴 이 말하는것도 왜이리 어색한지.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맨날 찡그린 얼굴하고 신경질만 내던 아저씨가 너무도 환하게 그리고 수줍게 미소를 짓는게 아닌가. 난 정말 이렇게 까진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이 작은 것 하나에 감동하게 될줄은...


... 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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