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물 sav..
어릴적부터 우리집 앞에 살던 동갑내기 친구가 있다. 만화를 좋아했던 나는 만화책 속의 일들을 현실로 옮겨보려고 친구들을 들쑤셔댔다. 말하는 약 만들기, 산 속에다 요새를 꾸미기, 작대기를 들고 수정캐러가기 등 그 중엔 실현 불가능한 내용임을 알면서도 내 놀이를 같이 즐겨주던 친구. 하여간 그 백화점의 특징이 '긴 다리 옆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나는 확신을 했고, 그래도 망설이는 친구에게 내 손바닥에 있는 오백원을 보여주면서, 혹시 못찾게 되면 택시를 타면 된다고... 그 때 나는 어머니가 택시를 잡는 모습을 잘 봐두었었다. 친구는 그제서야 머뭇거림을 그만두고 나와 함께 버스를 탔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버스 안에서 창밖이 어두워지는 통에 그만 내려야 할 곳을 놓치고 말았다. 그 때 난 백화점 앞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내린다는 걸 알고, 따라 내리려 했으나, 그 날은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정거장마다 조금씩 밖에 내리지 않았고, 나는 어디서 내려야 하는 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온갖 신경을 쓰면서 계속 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이 결국 모두 다 내린 곳은 그 버스의 종점이었다. 아마도 그 시각이 대략 7시가 넘은 걸로 기억 된다. 우리도 거기에서 내렸다. 그들을 따라... 하지만 내가 누군가! 워낙 씩씩했던 나는 친구의 불안을 잠재우려 이렇게 말했다. "걱정마, 다리만 찾으면 돼."
...!!! 친구와 나는 그런 식으로 그 깜깜한 밤에 모두 여서일곱 개의 다리를 찾아 헤멨던 걸로 기억한다. 나중에 엄마와 다시 그 백화점에 왔을 때 알았는데 다리 옆에 있는 것은 맞았지만 다리가 드문드문 셀 수도없이 많았던 것 이었다. 여하튼 우리는 포기해야만 했고 날씨는 춥고 어두워져 이젠 두려움을 막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우리에겐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내 주머니 안에 있는 오백원! 나는 물어 물어서 역전에 닿았고 경찰 아저씨 옆으로 갔다. 그래야 안전하니까. 그리고 시골이라 돌아올 때 손님 없다고 우릴 안태울까봐. 줄지어 서있는 택시 창안으로, 나는 목소리 크게 "아저씨, 00(지명이름) 오백원! 가요?" 이렇게 외쳤다.
아직도 대전에 혼자 살고 있는 그녀는, 아뜰리에 같이 집 안을 꾸며놓고 사계절 나누어 세계를 다니며... 날마다 아름다운 인생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가 서울에 올라왔다. 문화예술을 몸에 끼고 살다시피하는 그녀는 나를 예술의 전당으로 불러내었다. 그녀는 이런저런 말 중에 그 당시 신문에 크게 났던 부르스 윌리스와 데미무어의 이야기를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너 들었니? 부르스윌리스가 수백만 달라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옷을 결혼기념 선물로 줬다며? 아니, 글쎄 이렇게 불쌍한 사람들이 있나! 겨우 그런 선물을 주다니... 말이 돼? 돈 많은 사람이 값비싼 선물을 하긴 쉬운 일 아니야? 난 정말 이해할 수가 없어. 그들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 그 후 몇 년이 흘렀고 다시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들이 서로 헤어졌다고... ...Elizabeth Tayl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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