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수덕사로 떠나는 마음

sav.. 2010. 4. 28. 21:17



어디로 갈까?... 뭔가 또 일이 시작되기 전에 우린 어딘가에 다녀오고 싶었다.
멀지도 않고 안 가본 곳을..
수덕사, 서해안고속도로의 해미I.C에서 조금만 가면 있다고 지도상에 나와 있었다.

주차하자마자 절입구부터 다른 절과는 매우 달리 큰 산채음식점들과 한약재료상
그리고 기념품매점들이
길따라 쭉 늘어서 있는 모습...
그동안 너무 작은 사찰만 다녀서 그런걸까 내 눈에 살짝 화려해 보였다.

그 안에 아주아주 오래된 대단한 문화재라도 있을 듯하고... 
그렇지 참, 수덕사란 노래도 있지.
아 또 생각이...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
수덕사에는 아마 여승들만 있다지.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좀 전에 수덕사미술관앞을 지날 때 였는데 지나가던 젊은
두 여승이 빠다에게
친근감어린 손짓과 말을 걸어왔고 빠다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본체만체 하고 있었다. 걱정없는 듯한 그녀들은 해맑게 웃으며 우리 앞을 지나갔다.
여인들이 있는 곳엔 해와 달아래 있는 것처럼 언제나 편안함이 느껴진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비가 올 듯 매우 흐린 날씨였다.
하하.. 덕숭산덕숭... 자꾸만 덕숭덕숭, 귓가가 울리는 듯하다.
수덕사의 전체 이름이 참 재밌네.



법회에 참석해 본적도 없으니 불자라 하기도 그렇고...
난 절터와 절의 건축구조를 그저 좋아하는 것 같다.

놓여있는 위치부터 편안함을 주는 모든 요소들이 그냥 절에 가면 있다.
소리없이 다가와 가볍게 내 얼굴을 만져주는 듯한 늘 부담없는 바람이 있고,
내 움직임이 세상에 쉽게 인식될 수 없도록
맑고 투명한 갖가지 작은 소리들이 적당한 소음을 유지해주며,

나만의 마음을 내게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은 곳이다.
나아가 너의 마음조차 슬며시 내게 들려올 지도 모르는 곳...




          관세음보살상 뒤에 보이는 갈라진 바위가 수덕사의 설화에 나오는 그 바위이다. (맨아래 설화요약)
          수덕도령, 덕숭낭자, 수덕각시....  봄이면 이 곳에서 버선꽃이 핀다던데... 

          나중에 알았지만 이 바위에서 소원을 빌면 다 이루어진다하여 예전에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스님이 기복불교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것을 금지?한 이후로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니...
          아, 진작에 알았다면 나도 소원을 빌고 오는 건데... 안타깝구나!
          저 바위위에 사람들이 던져놓은 동전이 보이시는지.... 바위 뒤쪽에는 동전이 더 많다.




날마다 여기에서 산아래를 바라보며 저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먹었으면...



나무, 아마도 참 오래되고 이토록 굵은 모습을 보니 그동안 세상에서 네가 본 것이 다 무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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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각화무늬(이응로화백)

↑ 수덕여관

↑수덕사미술관



묵언의 가치...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진 말이라 해도 상대방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것.
무관한 관계보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어쩌면 더 많이 감정의 평화를 돕기 위해 행해지지지만
그 좋은 의미의 말이 때로는 이상하게도 상대방을 더 힘들게 한다는 것.
내면의 깊이를 진정 이해할 수 있을때라야 상대를 위하는 한마디 말을 건넬 수 있는 것 같다.








설화1편 요약
수덕도령이 어느날 사냥을 나갔다가 건너마을의 덕숭낭자를 우연히 보게 되었고..  상사병에 걸린
그는
곧 청혼까지 하게 되지만 기대와는 달리 번번히 거절 당한다. 하지만 그가 계속 끈질기게 청혼하자...
결국 덕숭낭자는 승낙 조건으로 집근처에 절을 하나 지어달라고 한다.
그리하여 그는 열심히 짓고...
하지만 그의 탐욕스런 마음 때문에 두 번이나 불로 소실해버리고 세번째에 겨우 완성하게 된다.
그 때문인지 혼인후 그녀는 수덕도령에게 손도 대지 못하게 하였고...
어느날 그가 강제로 그녀를 안으려다가 그만... 갑자기 그녀는 사라지고 한쪽 버선만 남아...(이하생략)

설화2편 요약
백제시대, 불사가 어려움에 처했을때 미모가 빼어난 한 여인이 돌연 나타나 공양주를 자처했다.
이 여인은 빼어난 미모 때문에 곧 수덕각시
라는 이름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삽시간에 널리 알려졌고
날마다
찾아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때 신라 부호의 아들인 정혜
가 나타나 청혼을
하고... 하지만 
그녀는 불사를 먼저 이룰 것을 원했다.

10년을 3년으로 단축하여 드디어 완성하자마자, 그녀에게 함께 떠날 것을 말했으나 잠깐 말미를
달라던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고, 웬지 사라질 것만 같은 예감에... 방문을 열고 따라 들어가
그가
여인을 막 붙잡으려는 순간, 버선 한짝만 남기고 갑자기 사라지니...

그 자리엔 모든 것이 없어지고 갈라진 바위하나만 남았다고 한다. (백련당 뒤편에 바위가 정말 있음)
이때부터 봄이면 갈라진 그 틈에서 버선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후 관음보살의 현신이었던 그 여인의 이름이 수덕이라서 절 이름을 수덕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바위 위에 동전을 던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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