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예술의 전당, 송년음악회에 다녀오다...

sav.. 2009. 12. 5. 09:11
                                                                       예술의 전당 음악당 주차장으로 가는 옆길

지난 며칠전... 아끼는 동생 J에게서 "요즘 문화생활하신지 오래 되셨을텐데...
다음주 화요일에 시간되시면 오시겠어요? 
K씨가 그 무대에서 이번에 합창을 해요." ...이렇게 음악회에 초대를 받고
평소 치장할 일도 없는 우린, 오랜만에 바쁘게 서로 거울을 본다. 

싸비는 하루전부터 뭘 입어야 하지? 고민하며 이것저것 입어보고 신어보고...
'마침 근처인 방배동에도 들러 먼저 머리를 깎고 가면 좋겠군.
아참, 음악회엔 보통 정장을 입는 거라지?'하며
나는 언제나 같은 은빛 양복을 차려입었다.




                                         음악당 무대 모습...양쪽에 싸비와 J를 방패삼아 박수칠때 신속히 몰래 한장 찍고...

사실 무슨 음악회인지도 모르고 갔는데... 바로 송년음악회였다.
주로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중 일부를 연주하고
또 많이 들어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협주곡이었지..아마.
이어서 소프라노부터 바리톤까지 네 분의 독창이 이어졌다.
독창은 생각보다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는 잘 모르지만 아마 유명한 분들이라는데... 특히 테너와 바리톤은 기기문제인지 몰라도

내가 있는 2층까지 그 소리가 시원스레 뻗어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왼쪽 구석에서 울려나오는 심벌즈와 트라이앵글의 소리에 관심이 많이 갔다. 
연주 중에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한번씩 소리를 내주는데
생각보다 잘 들리고 화려하게 들리는
트라이앵글 소리는 신기하기도 했다. 또 하프는 현악기인데도 피아노 소리 같은 느낌을 내며

혼자서도 무대를 장악할만큼, 얇지 않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적절히 또렷하며 은은한 아름다운 음을 내는 소리...




                              


작곡과를 나온 J는,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나와 아주 가까운 사이다.
사실 이 날 바쁜 일 때문에 그가 오지 못한다했었는데,
어떻게든 시간을 맞춰 도착하느라
제대로 차려입고 오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었다. (표를 주고 받는 모습)




뭐 어때, 하며 사진 안찍겠다는 걸 "얼른 옆에 서봐~" 그리고 찰칵! ㅎㅎ



K, 그 분이 저기 합창단석에 모습을 드러냈다.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으나 이후엔 성악에... 
현재는 지휘자를 꿈꾸며
열심히 지휘공부를 한다고 들었다. J를 통해 알게 된 분이지만,
안지가 벌써 한 십년쯤 되었나... 그녀는, J가 작곡과를
지망하며 뒤늦게 피아노를 시작했을때
처음 피아노를 가르쳐 준 선생님이며, 또 그가 대학을 다닐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녀가 지금 저기 서서 힘차게 베토벤의 합창을 노래하고 있다.



음악회가 끝나고 로비에서 기다리면서.... 사람들이 걸어오는 모습이 더 재밌다.





"K, 오랜만이네요." "네. 언니, 잘지내셨죠. ㅎㅎ"





                               
이렇게 또 한해가 간다. 
                         늘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소리없이 지나간 세월... 

                         꿈이런가.. 한다는 세월. 이제야 시간을 막아서고 싶고, 
                         육체의 노화는 이대로 여기서 그만 멈추었으면 하는 불가능한 꿈을 꿔본다. 
                         좀 피곤하면 틀림없이 어딘가 작은 에러가 발생하고, 그것은 살아가는데
                         괜한 힘을 빼는, 
때때로 쓸데없는 작은 불안이 된다. 
                         한 생애에 비한 젊음의 시간은 왜 이토록 짧은 것인가.




오랜만에 만났으니 뭔가 같이 먹거나 마시거나 해야겠다는 생각에, 우린 멀지 않은
방배카페골목의 어느 호프집에 들어섰다.
이 카페골목도 참 오랜만이다.
싸비와 신혼시절 처음 살던 방배동... 그때 친구나 후배가 놀러오면 항상 이곳에 와서 놀곤했던 곳.

늘 조용한 J, 만날 때마다 항상 잘웃는 K... 다 웃고 있으니 좋네~~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시간이 온다  (17) 2010.12.31
성산대교  (8) 2010.09.24
대승사 & 도솔천  (5) 2010.06.19
수덕사로 떠나는 마음  (4) 2010.04.28
파주에 있는 보광사  (13) 2010.02.02
삼천사  (11) 2009.11.13
백리포해변을 따라...  (26) 2009.10.01
문수사의 꽃길따라  (8) 2009.05.11
영월 샬라님네...  (15) 2009.02.14
덕수궁 그리고 한국근대미술걸작전  (15) 2009.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