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대승사 & 도솔천

sav.. 2010. 6. 19. 00:57


 

 

지난 초파일 날 싸비와 나는 서둘러 장흥에 있는 대승사로 향했다.
언젠가 누군가에게서, 그 사찰의 밥이 깔끔하고 아주 맛있다는
어느 아주머니의 말씀 때문이었다.

공양 시간에 늦을까 좀 걱정하며 아침부터 괜스레 바쁘게 움직였다.
사실 초파일에 절에 가보긴 처음 이었다.
역시나 많은 인파로 간신히 주차를 하고 절 안으로 들어서니
안과 밖, 곳곳에
길게 늘어선 줄이 벌써 세갈래 였다. 
워낙 사람이 많이 오는 날이라 세 군데서 배식하고 있었다.

나무색과 햇빛이 좋은 5월이라 마치 초등학교 운동회 같았던 그날은, 
모두가 함께 숲에서 '밥 먹는 날'처럼 느껴졌다.

클릭!!
 


우와! 나물 반찬이 7가지나... 요즘 말로 하면 '완전 짱~!'

부페식으로 각자 알아서 먹을만큼 접시에 담아 새빨간 고추장에 비벼서
먹는
진짜 최고급의 산채비빔밥이었다.
세상에... 맛도 참 깔끔하다! 
아주 진짜 맛있게 먹었는데, 여러 가지 나물 맛에 홀딱 반한 나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왠지 너무도
아쉬울 듯하여 한번을 더 돌았다.^^

한쪽에서 웃으며 신도들에게 합장하시는 한 여스님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이 곳 주지스님처럼 보였다. 
지난번 이곳을 소개해주신 아주머니에게 얼핏 듣기를,
여스님이라 식사를 아주 깔끔하고 맛있고 정성스럽게 한다며
꼭 가보시라고
하신 말이 갑자기 생각났기 때문에, 그녀가 아마도
이 곳
주지스님이신가 보다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것이다.

그녀는 필요한 어른과 아이들에게 생각보다 두툼한 스케치 북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나도 하나 받았다.
언젠가 여기에 그림을 그릴지도 모른다 생각하면서....

받아든 두툼한 스케치 북을 실제로 만져보고,
얇팍하지 않은
행사 주관자의 좋은 마음이 느껴졌다.
행사를 형식적으로 치루느라 비록 얇은 것을 준다해도 사실 아무도
불평하지 않았을텐데 말이다.
걸을 때마다, 맛있고 즐거운 식사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밝고 온화한
웃음을 보이며 서로를 지나쳐 갔다.

곧 식사후에 아래쪽에 준비되어 있는 찻집에서 따스한 차를 한 잔 마셨다.



                       위↑ 사진들은 6개월전 12월 24일 비오는 날 아침에 처음 가 본 때이고, 아래↓ 사진은 이번 초파일에 찍은 것.


대승사에서 이렇게 우리에게 먼저 베풀어 주었다.
이것도 인연인가. 맛있는 나물에 마음이 꽤 끌렸다.
무심코 한켠 구석에 신문지에 싸놓은 것이 있길래, 저게 뭐냐고 물으니
신도들에게 파는 참기름과 들기름이라고 한다.
우린 마침 잘됐다 싶어서 기분좋게 그것들을 샀고, 조만간 집에서 고소한 참기름에다
은근히 맛있을 들기름 나물로 밥을 비벼먹을 생각에 군침이 새로 돌기도 했다.

둘러보다가 우린 '큰수레'라는 대승사에서 발행하는 책자도 들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음... 근데 책자가 볼만하다.

부처의 일대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부처님의 고백인데,
"나는 이 사바세계에 오기 전에 도솔천에서 호명보살로 있었다."

호명이란 빛을 수호한다는 뜻으로 오로지 참된 생명의 가치로부터 출발하겠다는 의미이며,
사바세계란 '참지 않으면 도저히 괴로워 살 수 없는 세계'라는 뜻이고,
도솔천이란 '삶의 흐름에 언제나 만족하고 산다.'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참 멋지구나. 몇 개의 문장이 마음을 이토록 평화롭게 해주다니...

책자엔 이 의미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훌륭하게 되어있지만 그런 것은 생략하고,
이 어지러운 사바세계에서 도솔천으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 새롭게 즐거움이 생긴다.
새로 지을 집, 그 이름은 이제 '도솔천'이다.^^

아 참 또 한가지가 있는데
이건 오늘 밤 시간이 없어 내일이나 낼 모레쯤 쓰려 한다....


   sav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땅과의 인연  (14) 2015.01.22
용머리해안에 다시 가고 싶다  (4) 2012.03.30
새로운 시간이 온다  (17) 2010.12.31
성산대교  (8) 2010.09.24
수덕사로 떠나는 마음  (4) 2010.04.28
파주에 있는 보광사  (13) 2010.02.02
예술의 전당, 송년음악회에 다녀오다...  (4) 2009.12.05
삼천사  (11) 2009.11.13
백리포해변을 따라...  (26) 2009.10.01
문수사의 꽃길따라  (8) 2009.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