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e & Seek

마당에 확 던졌어야지!

sav.. 2008. 8. 14. 18:59


       등장인물 - 펄만(ISTP), 에피(ISTJ), 놀리(ENTP)                              sav
                     

사용자 삽입 이미지

펄만.. 그리고 막내인 놀리, 그들은 어머니 제사에서 다시 만났다. 맏이인 펄만은 워낙 내성적이어서 평상시 말을 꺼내기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그는 좀 더 대화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자고 제안했고 그들은 작은 술상 앞에 가까이 모여 앉았다. 그리고 펄만은 수줍은 미소를 보일듯말듯 입가에 담은채 천천히 잔에 술을 따랐다.

외향적인 막내 놀리는 평상시 개미와 배짱이처럼 생각과 행동양식이 전혀 다른 내성적인 두 형들 사이에서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기위한 조율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그들사이에서 그는 마치 TV의 사회자와 같았다. 게다가 이 날은 최근 생활이 어려워져 실의에 빠져있는 둘째형 에피가 안스러워 그의 잘나가던 학창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말을 슬그머니 내 놓는데....

평소 타인이 길게 말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그래서 심지어 말을 못하게 '그만해!'라고 말하며 중간에 딱 잘라버리기까지 하는 펄만은 그날도 에피에게 아무 말도 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자신에게 유일한 지적 자극을 주는 동생 놀리를 무시할 수 없었기에 그가 하는대로 잠자코 지켜 보았다. 사실 놀리는 에피가 평소에 한마디를 물으면 너무 길고 세세하게 그리고 재미없게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펄만이 지루해 하기전에 화제거리를 상기시킬 마음의 준비까지 하면서.. 에피에게 물었다.

"작은 형, 형은 그때 그렇게 전교 1, 2등을 할 정도로 날리더니... 그렇지, 큰 형도 알지? 우리 중에 제일 공부를 잘했다는거. 그때 아버지가 작은 형을 제일 많이 기대하셨다는 말을 엄마에게서 들은 적 있어." 이 말에 펄만은, "맞아. 제일 잘했지." 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때 또 놀리가 에피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체 인생이 왜 그렇게 꼬인거야?"

에피는 술 잔을 반쯤 비우더니..
"그러게... 생각나는게 하나있는데 말야. 내가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그때가 아마.. 고등학교.. 2학년쯤이었을거야. 내 방에 어머니가 메주를 말린다고 잔득 매달아 놓은 거야. 그런데 난 그 냄새가 너무 싫었어. 특히 옷에 냄새가 배어서 더 싫었지. 그러니 그 방에 있고 싶었겠냐.... 그런데서 공부가 되겠냐구?" 그때 에피의 잠깐 일그러졌던 얼굴이 미소로 바뀌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그랬나."

놀리가 이어서 말을 했다. "아니, 그게 그렇게 싫었으면 엄마에게 말을 해보지... 말 안했구나. 그때 말했으면 성격상 화끈한 엄마가 메주를 치워줬을텐데.."

"아냐, 그렇지않았어. 니 말이 틀렸다구. 난 그때 엄마에게 말했어. 제발 이것 좀 치워줄 수 없겠냐고.. 그런데 엄마는 계속 뭐라뭐라 하면서 안된다는 거야." 에피의 말이 계속 길게 이어지기전에 놀리는 얼른 또 질문을 했다.
"그때, 엄마가 뭐라고 했는데, 왜 안된다고 한거야?"
"나도 이제와선... 잘 생각이 안나지만 그 때 엄마가, 아니 그럼 이걸 이 방 말고 어디다 놓냐면서 놓을 곳이 여기밖에 없으니 니가 참아야 되지않겠냐고..뭐 그런 말들을 내게 했던것 같아..."
"그래서.. 그냥 참기로 했던거야? 이렇게 지금와서 원망이 될 정도로 싫었으면.. 정말 나는 너무 싫다고 또한번 엄마에게 말해보지 그랬어. 나 같으면 그랬을텐데 말야. 내 생각에 엄마는.. 형이 그것이 그렇게 싫은지 몰랐던 거야."

이때
펄만 갑자기 끼어들며, "야, 이런 바보.. 그럴 땐 메주를 그냥 마당에 확 던졌어야지!!
나 같으면 엄마 없을 때 그냥 밖에다 모조리 내다버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때 놀리는 펄만의 행동이 무척 흥미롭게 느껴졌다. 그리고 쉽게 생각하면 쉽게 해결된다는 펄만의 평소 지론답다고 생각하며, 서로가 완전히 다른 행동양식을 보여주는 것에 주목했다.
 
"그래. 그 때 큰 형처럼 차라리 집어던질걸 그랬네. 혼나거나 말거나... 엄마에겐 매우 미안한 일이지만.."

그랬다. 자신의 인생을 생각할 때 에피는 그때 큰 형처럼 집어던지기라도 했어야 했다고 놀리는 생각했다. 이런 작은 상황 하나가 오늘날 한 사람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될거라고... 사실 누가 알수 있을까... 정말 듣고보니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와 비슷한 성적이고 또 같은 성격(목표를 위해 매우 성실, 추진)인 에피의 친구들은 나중에 판사, 카이스트, 대기업 연구원, S대 물리학... 등 출세하거나 출세 가도를 달렸고 에피만이 기대를 무너뜨린 떨어진 초라한 별이 되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아마도, 에피가 P집안에 유일한 J(NJ는 좀 다름)였다는 것이 기본적으로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또한 그에게 만약 같은 SJ기질의 부모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그의 요청을 중요하게 받아들여주었을 가능성이 높아져서, 그가 오늘날 그의 친구들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피의 입장에서 보면 돌봐주고 밑받침이 되어줘야 할 그의 부모는 오히려 에피에겐 상대적으로 무관심이거나 자유방임과 같은 무책임한 부모로 비쳐졌던 것이다. 그러나 P인 펄만과 놀리는 같은 P인 부모의 태도가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말하며, 에피에게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지못한 것은 어쨌든 에피 자신의 잘못이며 부모와는 상관없는 일로 말한다.

그러니 그 때 에피가 펄만처럼 차라리 메주를 집어던졌으면 좋았겠지만 그것은 누구라도 펄만이 아닌이상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에피는 펄만과 사고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해결 방식도 다르게 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의 부모는 에피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을 뿐이었지만 사실상 에피 자신은 그들로부터 흡족히 보살펴지지않으므로써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 인정받지 못한 자식이라는 일그러진 자의식에 갇혀 점점 자아존중감조차 낮아지게 되고 말았다. 그 문제들은 어릴 때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그는 본의아니게 자신의 의지가 꺽이는 상황에서 자라게 되었고, 나중에 진로를 결정할 때도 중대한 실수를 하게 되었다.

자발적인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의 부모(최소한 필요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해야한다)는 아들을 나무라고 기죽이며 키우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에피와 같은 성격의 부모처럼 관리해주듯이 에피를 돌보지는 못했다. 에피는 부모를 원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평소 착한 자식이 되기위해 노력하는 에피들은 부모 노릇을 따져 부모가 부모다워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만약 그들이 평가하기를 부모답지않다고 생각할 경우, 그들의 인생에 있어서 잘 풀리지않은 것들에 대해 자신을 원망하기보다 부모를 원망하는 쪽이 더 많다.

그러면 에피의 부모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는가. 그렇지 않다. 단지 그를 어떻게 보살피고 책임져야하는지 성격이 달라서 몰랐을 뿐. 그의 부모도 알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이 잘 안되길 바라겠는가... 꿈에도 알 수 없는 일이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글은 개인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MBTI에 대해 해석해 놓은 저의 자료입니다.
 퍼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Hide & See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벽한 자유  (2) 2008.09.25
에너지 방향(E, I)과 판단기능(T, F)의 결합  (0) 2008.09.18
판단기능(T, F)과 생활양식(P, J)의 결합  (0) 2008.09.18
사라진 아버지  (4) 2008.09.09
어디서 난 거야?  (2) 2008.08.31
그래도 난 싫어요  (0) 2008.08.07
무례한 최민수  (2) 2008.08.03
짬짜면의 탄생  (18) 2008.07.30
줄리의 논리  (3) 2008.07.27
몽타주(Montage)  (0) 2008.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