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주 다정한 사람이었으며 악기도 잘 다루었다. 학교 때엔 이빨로 베토벤의 운명을 기타로 연주해서 화제가 되었던 친구다. 그의 이름은 로미. 그의 집에 들어서면 무드있는 노란 빛 조명이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그림을 비추고 있었으며, 오디오에서는 청춘의 독백같은 김광석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노래가 끝나면 다시 그의 노래가 나오고... 구석엔 술이 항상 준비되어 있었으며, 그것은 아마도 항상 그를 찾아온 사람들을 기쁘게 맞이할 준비를 해놓은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글솜씨가 뛰어났다. 그만두었는데도 잡지사에서 그에게 자꾸만 원고 청탁을 부탁할 정도라고 했다. 그는 낭만적이고 여자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있는 그런 사람 같았다.
그러던 그에게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온 마음을 다해 여러해 동안 사랑했던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며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결별을 선언했다고 한다. 놀리가 듣기로는.. 그는 그녀의 생일날 점심시간에, 그녀가 다니는 회사 앞에서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타를 들고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불러 주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멋진 이벤트를 기획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고, 비교하자면 현실적이고 정서적으로 삭막한 남자들과는 아주 거리가 먼 낭만적이고 잘생긴 로미오였다.
그런 그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온 것이다. 그녀 때문에 죽고싶다고... 수화기를 통해 눈물이 흘러나왔다. 놀리는 깜짝 놀라며 그가 사는 곳으로 당장 가겠다고 했다. "그에게 마치 무슨일이라도 날 것 같아"" 자살이라도 하려는 거 아니야?" 놀리는 모든 일을 제치고 부랴부랴 달려가.. "띵동.." 벨을 눌렀다.
문을 여는 그의 얼굴은 아직도 얼룩이 남아 그간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말해주는듯 했다. 놀리의 아내 줄리는 우선 그를 위해 밥을 했다. 아마 잘 먹지도 못했을테니까.
로미는 그들의 다독임에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또한 첫사랑 이었으며... 어젯밤에 그녀를 붙들고 애원했다는... 그런데 그녀가 그를 뿌리치고 가버린 것이다. '저런! 이 보다 멋지고 사랑많은 남자가 어디 있다고...' 그의 이야기로 봐서는 그녀가 애초에 좋은 여자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그냥 들었다.
놀리와 줄리는 그와 어느 정도 충분히 대화를 나누었다고 생각했고 그가 좀 진정돼 보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앞에서 그와 막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려는 순간!!!
"띵동, 띵동~" 뒤돌아 보니 대여섯명의 사내들이 문앞에 서 있었다.
'응?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로미는 곧 그들을 소개했다. "고등학교 동창들이야..."
"어..어... 그래." "그럼 우린 갈게. 잘들있다 가세요."
놀리와 줄리는 집앞을 벗어나자마자 막 웃음을 터뜨렸다.
"안 죽을거야. 쟤는.. 죽을 애가 아니네.
나 말고도 친한 사람에겐 다 전화 했나봐"... 하하하!!
아마도 그 친구들이 간 뒤에 또 다른 친구들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하면서
놀리와 줄리는 집에 가는 동안 내내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그는 그 일이 있고 1년 뒤에.. 어느 날 그녀에게서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나... 이혼했어. 너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어..."
그때 그는 애인이 있었던 상태도 아니었는데 그녀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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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외향적인 성향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놀리든 펄시든, 삘링이든...
이들 속에 E와 I로 다시 구분해서 볼 때, E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E들은 대개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남보다 빨리 알고 있는 편이며, 또 소식에 늘 깨어있다.(핸드폰을 화장실에 갈 때도 들고 가는 사람들) 또한 그들이 우울할 때도 항상 누군가에게 쉽게 털어놓게 되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적어도 둘 이상이며, 보통 상대방 보다 먼저 전화하고, 아플 때에도 노래방에까지 끌어내기만 하면, 이후 노래방을 나올 때 그들의 대다수에게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볼 수 있다. 이들은 심지어 아픈 와중에도 3차를 가자고 하는 사람도 많고... 이제 그들은 아픈 사람이 아닌 것이다. 즉, 그들은 외부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 심지어 수화기를 통해서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자다가 전화를 받았을 때, 그들이 다시 쉽게 잠들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는 왜냐고 먼저 묻지않아도.. 얼마의 시간을 같이 보내기만 한다면, 또 한마디 질문만 해도 스스로 다 알아서 말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I들에게는 끊임없이 물어봐야만 그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E와 I의 특징들은 이외에도 더 많지만 사례를 통하여 차차 설명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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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아폴로) -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며 사랑의 의미와 가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하는 사람. 로미오와 줄리엣. 모든 것에 의미가 있어야 하고 공감 능력이 가장 뛰어나며, 음악과 언어에 특히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의미 있는 관계를 매우 중
요하게 여긴다. 그리고 소수에 속한다. 약 9%(NF)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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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개인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MBTI에 대해 해석해 놓은 저의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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