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버스

오스트레일리아

sav.. 2008. 12. 22. 22:51



오랜만에 아주 좋은 영화를 보았다. 토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평소와는 달리 밥을 먹자마자 꾸벅꾸벅 졸더니 드디어 일찌감치 잠에 든 나는 서너시간을 자고 아주 맑은 정신으로 깊은 밤에 깨어나고 말았다. 문득 이참에 심야영화를 볼까하는 생각에 마침 낮잠을 충분히 자둔 싸비에게 "우리 심야영화나 보자!" 말했고 "좋아!"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웹을 뒤지며 오스트렐리아라는 니콜키드만이 나오는 영화에서 잠시 머뭇거렸다. 지루하다는 영화평, 호주 풍경이 멋지다는 평에 갈등하다 마침 새벽 1시10분에 시작하는 메가박스로 영화를 보러갔다. 시작 10분전에 들어선 나는 영화관에 관람석이 모두 비어있는 것에 먼저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대로 "멋지다! 우리 둘이만 보는거야? ㅎㅎㅎ..." 3분을 앞두고 아마 그 뒤로 4쌍정도가 더 들어와서 그나마 딱 좋은 감상분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호주의 북부 오지를 배경으로 세계 2차 대전이 발발하기 전에 일어나는 일을 그린 영화 <오스트레일리아>

영화는 일부 평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두시간반이 넘는 긴 시간임에도 지루하지 않았고 적잖은 감동도 보여주며 매우 재밌었다. 새라 애쉴리(니콜 키드만)은 아름다운 잉글랜드 귀족여인으로 연락없는 남편을 찾아 어느 날 낯설고 새로운 땅 호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녀는 인간의 지나친 욕심과 불의에 맞서는 도전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또한 원주민 할아버지 킹조지는 혼혈 손자 눌라에게 그녀가 이땅에 좋은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가 도착했을때 남편은 누군가에게 이미 살해되었고 1,500마리의 소들을 떠안게 된다. 어쩔수 없이 소몰이꾼 드로버(휴 잭맨)를 대장으로 삼아 경험한번 없는 자신과 집안을 돌보던 하인들 또 어린 눌라까지 소몰이꾼이 되어 1500마리의 소를 몰고 다윈으로 가기로 한다. 소떼를 몰고 가며 처음보는 오스트렐리아라는 광활한 대륙에서의 생각지도 못한 풍광에 새라는 신비한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기득권(권력)자의 방해와 음모에 연거푸 절망적 고비를 맞게 되고... 그녀가 입양한 아들처럼 여기는 눌라는 당시 호주의 악법, 혼혈을 분리하는 정책에 따라 강제로 외딴섬으로 옮겨지며 게다가 드로버와의 사랑마저 갈등에 놓여 결국 그는 그녀를 떠나게되고...  이 때 야심찬 일본은 조용히 호주 하늘로 날아와 눌라가 있는 섬 뿐만 아니라 그녀가 있는 다윈까지 기습 공격하는데...

이 영화는 내면적으로는 호주 원주민의 아픔과 전쟁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원주민과 혼혈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찬 상황속에서 그것을 저항하고 극복해내는 과정이 아름답게 그려진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벼랑끝을 달리며 소떼를 모는 장면에서 숨을 멈추게 하는 아찔한 스릴과 그 안에 눈물을 머금게 하는 눌라가 주는 살짝 눌러진 감동이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긴장시킨다.

누구에게나 삶이란 각자 실행한 스토리뿐이며 서로 의미있는 인연관계들이 영향을 주고 그 영향을 받아 행동하는 것이 인생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아주 예전에 본 <파 앤드 어웨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그 당시 감동을 느끼며 참 재미있게 봤던 좋은 영화인데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도전, 감동이 매우 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니콜 키드만과 어린 눌라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좋았고 잭맨을 비롯한 나머지 배우들도 모두 역할을 잘 해냈다. 또 하나 눌라의 뒤로 보이던 선명하고 가까운듯 밤하늘에 크게 보이는 별들이 나를 잠깐 흥분시켰던 생각이 난다. 영화관에서 꼭 봐야 할 멋진 영화다. 그리고 아마 8등신 이상인듯한 니콜 키드만의 환상적 몸매를 보는 즐거움도 제법 컸다는 생각...ㅎㅎ

ps, 영화 말미에서 나오는 설명. 호주정부에서는 올 2008년 이제와서야 원주민에게 그 악법에 대해 사과했다고 한다.


sav...♬













새라 애쉴리가 슬퍼하는 눌라에게 불러주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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