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er

나의 어머니

sav.. 2008. 7. 1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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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엄마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73세의 어머니. 당뇨와 합병증이 있었지만 워낙 씩씩하고
작은 일에 예민하지 않고 대범한 분이라 난 아무 신경도 쓰지 않았었다.
"너, 내 생일인거 잊었지? 작은 며느리한테 챙피하더라."
한번도 당신 생일을 챙기라는 말이 없었던 분이었는데..
엄마는 평소와는 달리 좀 화가 난 것 같았다.
나는 "아, 엄마.. 미안해. 그렇지않아도 이번에 갈거야. 다음주에 꼭 갈께"
지난번에 가려다 일이 생겨 가지 못했었다. 물론 생일인지도 깜빡했었고.

그 후, 사오일 가량 지난 새벽... 6시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싸비가 먼저 일어나 전화를 받았고...
무슨 일이 있는게 틀림없어 보였다.
싸비는 어머니를 좋아했다.
그녀의 눈은 이미 뜨겁게 붉어져 있었고...

내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데..."
"어쩐지 예감이 안좋았어. 방금 꿈을 꾸었는데..."
... "어머니가 방금 다녀가신것 같아"
그러면서.. 옥상에 꽃과 떡이 놓여있었고,
 가지런히 놓여진 신발을 보았다고 했다.
꿈이 너무나 이상해서 막 깨어있었는데
곧 전화벨이 울려.. 일이 생겼구나.. 했다는 것이다.
.
.
벌써 12년이 된 이 일은 내게 아마 평생의 한이 될 것 같다.
시간이 갈 수록 내 마음 속의 어머니는 진해져만 간다.
그리운 어머니... 엄마.



     나의 어머니


어머니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존대말 한번 한 적이 없었다.
열살 이후로 그녀의 품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다.

"동치미가 제일 맛있어."
"식혜 정말 맛있다."
"엄마가 만든 김치 친구들이 다 먹었어."
명절에 먹는 "소갈비 정말 맛있어, 엄마."

내가 좋아하는 동치미와 식혜를
한 겨울 밖에 두고 때마다 떠다 주셨다.
맛있는 그 맛을 한번도 빼놓지 않고 내게 주려고...
이제와서 안다. 어머니의 고마움을... 큰 사랑을.

어떤 날은 내가 눈병에 걸려 누워 있었는데
 내 어머니는 잠을 자지 않았다.
의사가 두 시간마다 약을 넣으라 지시한대로
 옆에서 두 시간마다 꼬박꼬박...
그렇게 내가 아플 때마다 한번도 빼놓지않고
옆에서 밤을 새며 지켜주시던 어머니.

맛있는 맛을 알게 해주어서
 그래서 아마 균형과 조화로움이 내게 생겼는가 보다.
요구르트 끊어가며 대학에 보내신 어머니...
생색 한번없이 나를 돌아가신 그날까지 사랑해줘서
그래서 나는 사랑받는 기쁨보다
사랑하는 기쁨부터 알게 되었다.

어머니는 살아가는 동안
오로지 큰 지침 몇가지만을 내게 말했다.

도둑질 하지마라.
거짓말 하지마라.
남 먹는 그 앞에 가서 서있지 마라.
남에게 신세지지 말아라.

더이상 생각나는것이 없을 정도로 나는 어머니에게
따로 배운 것이 없다.
세수하는 것부터 발닦는 것까지도 어머니에게서 배우지 못했다.
발닦는 것은 대학에 와서 친구들을 보고 알았으니까.

어떠한 세부사항도 내게 가르쳐주지 않았던 어머니
일일이 구체적으로 간섭하지 않았으며
 그 어떤 일로도 절대로 비난하지 않았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고맙다.

아홉살 때 숙제를 미루다 결국 하지 못해
 꾀병을 부린 적이 있었다. 아침에 배가 아프다고...
어머니는 내 말을 믿어주셨다. 내게 누워있으라며...
그러다 나는 등교시간이 지나자 안심하고,
또 더이상 누워만 있기에 너무 힘들었던 나는
이제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그럼 이제 학교에 가야지."하며
같이 가서 선생님께 아파서 그랬다고 말해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얼른 다시 아직 안나은 것 같다고 고쳐 말했다.
그 때 어머니는 "그렇게 아프면 병원에 가야겠다."며
 지금 가서 주사를 맞자고 했다.
나는 어머니의 말에 그냥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 날 지각생으로 학교에 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꾀병의 보람?도 없이 숙제 안해와서 걸리고...
게다가 어머니를 속이려다 들키고... 이래저래 망신 뿐이라고
깊은 후회를 하게 된 나는
 그 후로 다시는 꾀병 부리는 짓은 하지 않았다.
내가 거짓말 하는 줄 알았으면서도 혼내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내가 깨닫도록 해준 어머니...

나에게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고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가게 하고
그래서 내 머리엔 쓸만한 것들만 모이게 되고
나머진 비워둘 줄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몰두하게 하는 열정으로 나를 채우게끔
머리를 자유롭게 해줘서
그리고 바르게 자랄 수있도록 해줘서.. 너무나 고맙다.
그 때문에 나는 깨달을 줄 안다.

"잘못했어요, 용서해주세요..."라고 하는 말
한번도 나에게 강요하신적 없었던 어머니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진심만을 말하며 살고 있다.


나의 어머니...sa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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