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영월 흙집을 다녀와서...

sav.. 2008. 10. 5. 00:24
 

최근 산골에 흙집을 지으며 사는 부부의 블로그가 야후 메인에 떴었다. 쑥스럽지만 그분들과 통화한후 무언가 통할 것 같은 마음에 영월로 서둘러 떠났다. 아무도 저 곳에는 집을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곳, 그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서 흙집 한 채를 완성해 놓고 이번엔 두 번째 집을 짓고 있던 차에 우리가 방문한 것이다. 오로지 둘이서만 집을 짓고 있었다. 사실 열심히 집 짓고 있는 그 분들에게 폐가 될까 염려되었기에, 궁금한 것들만 좀 물어보고 그냥 살짝 들러보고 갈 생각으로 갔지만, 자고갈거라 생각해서 이미 불을 넣어 두었다하며 혹은 우리가 맘에 들었는지? 그냥 간다는 우릴 슬며시 붙들어 주어서 난생처음 흙집에서 그날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과 인근의 사과농장을 하는 친구부부와 우리 둘, 이렇게 처음보는 사람들과 친구처럼 어울리게 되었다. 그 땅에 나는 싱싱한 맛난 것들을 먹으며 서로가 솔직한 대화를 나누었고 역시 일찌기 땅을 찾아가는 사람들은 내 생각처럼 욕심을 비운 좋은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흙집




지붕 위로 보이는 주인장 솜씨의 솟대




높은 지대의 맑은 공기와 종종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속에
 그때마다 함께 울려준 풍경소리가 어느 절보다 고왔다.



 
자고 일어난 아침 8시, 무심코 창밖을 보다가 "와우!" 난 정말 깜짝 놀랐다.
기대하지도 않았던 너무나 멋진 산과 산사이를 메우고 있는 운무...
바로 이 자리가 명당이요, 기막힌 절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멋진 아침 풍경
아마도 이 풍경이 마음에 들어 여기에다 집을 지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하루종일 해가 드니 추울 법도 한데 하나도 춥지 않았다.
또 하나는 이 집의 물이 보통 물이 아닌 동굴에 떨어지는 물, 바로 자연의 암반수라는 것이었다.



일어나자마자라 옷을 입기 귀찮아 나가지 않고서 그냥 창을 통해 찍은 것이라 눈으로 보는 모습보다는 못하다.
 '에이~ 좀 나가서 찍어볼 걸...' 정말 실제 눈앞의 풍경은 더 멋지다.
山色도 더 파랗고... 또한 구름에 노출을 맞추니 산이 어둡게 보인다. 산에 맞추면 구름이 날라가고...ㄲㄲ
다음에 가면 눈으로 볼때처럼 더 멋지게 찍어와야겠다.



 
주인장의 아이디어인지 항아리가 제법 운치있게 지붕에 얹어져 있다.



 
이 집을 지키는 짱구, 진돗개이다. 민박 온 손님을 안내하듯 같이 산책을 나간다고 한다.



 
싸비는 흙집이 방은 따뜻하면서도 공기가 건조하지 않다며 연신 놀랍다고 했다.
도시에선 눈이 건조해 요즘 안경을 늘 끼고 있었는데 이 날은 렌즈를 끼고도 편안해 했다.



 
참 신기하게도 만다라의 원리인지 동그란 방안과 천정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가 보다. 너무나 편안하다.
흙집이 아니어도 평상시 우린 편안한 편인데도... 여기 누워 있는 것이 정말로 지극히 편안했다.
한번 불을 지피면 이틀이상을 간다는 따뜻함, 우리 강아지는 완전히 방바닥에 드러누워 지진다.
아파트에서만 살다 뜨근한 방에 누우니 등이 좋은지 그저 시원하다. 그리고 걸래질을 해보아도 먼지하나 없고
 우리 빠다는 날마다 털이 빠지던 걸 멈추었는지 하루만에 신기하게도 방바닥에 날리는 털이 하나도 없다.
기온에 적응하는 걸까? 놀랍게도 하루만에? ㅎㅎㅎ
또 나 역시 맑은 공기 탓인지 어제 저녁 소주를 먹고도 너무나 멀쩡하다. 주인장의 말로는 다들 그렇다고 한다.




이게 대체 몇겹의 산인가... 한 낮인데도 아직 운무가 남아있었다.
저 끝 어딘가는 별마루 천문대라 하던데... 천체망원경을 하나 사서 여기서 별을 찍으면 어떨까.
듣기좋은 새와 벌레들 소리를 빼곤 아주 고요하고 또 투명한 공기를 가르는 순정의 햇빛이 하루종일 쏟아지고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바람에라도 흔들리면, 그 소리 그대로 들리는 꼬임없는 평화가 흐르는듯 하다.
여기서 오래 머물면... 병든 사람도 병이 나을 것처럼 참 좋구나!




옆에 팔각으로 새로 짓고 있는 집. 흙집짓는 이 부부는 세상에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평화로왔다.
하루종일 드는 햇쌀을 받으며 간간이 커피와 국화차를 마시고
편한 작업복을 한채 산아래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다시 흙을 두 손으로 퍼서 올려 붙이고...
이들은 이 곳에 온 이후 단한번도 다투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공간이 넓어서 일거라고...





위에 잠자고 있는 짱구, 또 여기 이녀석은 코난이다. 6개월 된 세퍼트라고 한다.
코난이 빠다를 열심히 쫓아다니다 잠시 쉬고 있는 중인가 보다. 귀엽게 굴던 너희들이 벌써 그립구나...




우리 빠다는 정말 왠만해선 어딜가도 기가 안 죽는다.
제 몸의 몇배나 큰 개들에게도 가까이만 오면 이를 보이며 "으르렁!"
그 앞에 무작정 힘부터 주는 우리 빠다. 남들에겐 보기싫은 모습일지 모르지만...
우리에겐 그저 조그만게 귀여워서... ㅎㅎ



보기만해도 정겨운 흙집 지붕
이 안에 누워 본 이후로 그 편안함에 더욱 사랑스럽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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