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버스

인 블룸 (The Life Before Her Eyes, 2007)

sav.. 2008. 10. 17. 20:24


이 영화는 영상은 매우 아름답고 훌륭하지만 전개가 느리고 어떤 반복되는 느낌때문에 약간 지루하고 산만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영상이 너무 이뻐서 나는 끝까지 감상하게 되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이 내용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정말 재밌어 진다는게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현재 32살의 다이애나(우마서먼)는 전문대학 미술교수로서 믿음직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딸아이 하나를 둔 평범한 주부이다. 외면적으로 볼때는 지극히 안정적이고 행복해 보이지만 일상에서 그녀는 다른 아이와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딸아이의 깜직한 장난에도 무척 불안해한다. 또 충실하고 자상한 남편에게까지 때때로 과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 알고보니 그녀는 15년전 굉장히 충격적인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가장 직접적인 목격자이며 또한 범인으로부터 자신과 친구에게 던져진 황당한 제안, 결코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상황에서의 어떤 선택이 그녀를 지금까지 괴롭혀 오고 있었던 것이다.

17살의 여고생인 다이애나와 모린은 당시 소위 날라리?와 모범생으로 아주 친한 단짝 친구이다. 찬란한 햇쌀이 내리는 교정, 어느 날 두 사람은 학교 화장실에서 수다를 떨다가, 밖에서 들리는 총성에 놀라 섣불리 나가지도 못하고 그 안에서 숨을 죽이고 밖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비명, 총소리와 함께 들리는 어떤 남학생의 목소리를 듣고 다이애나는 모린에게 자신은 그가 누군지를 안다며, 어제 그가 모두 죽여버릴거라 말을 했었다고 말해준다. 이 때 갑자기 범인이 화장실로 들이닥치고.. 총을 들이댄 범인에게 애원하며 그저 살려달라는 다이애나에게 범인은 "난 하나만 죽일건데, 너희 둘 중 누가 죽을래? 선택해!" 라는... 서로 아주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안돼라는 말밖에 아무말도 못하는 다이애나 앞에서 결국 친구 모린은 자신을 쏘라고 하고....

하지만 감독은 마지막 장면에서 재미있는 반전의 영상을 심어두고 있었다. 현재 회상하는 사람은 다이애나인데도  그 당시 선택의 기로로 다시 돌아갔을때 범인의 말에 다이애나는 자신을 쏘라고 한다. 그리고 다이애나는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진다.

끝까지 다 보았을때, "이게 어찌된 일이지? 정확히 누가 죽은 거야?.." 하는 의문이 생긴다. 나는 그 사건에서 모린이 죽은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흐름대로 당시 자신을 살리려 친구를 버렸던 모린에 대한 죄책감이 15년이 지난 지금에도 사라지지 않고 그녀를 괴롭혔기에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실이 아닌 다이애나의 상상에서 이루어진 선택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자신이 죽었어야 했다고 이제와 더욱 분명히 느끼며 지금이라면 분명 그때와 다른 선택을 했을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며, 동시에 죄책감은 사라지고.. 지금까지의 다이애나는 죽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 영화의 진행과정 속에 계속 반복해서 보여지는 선택의 순간마다 새롭게 드러나 보여지는 사실들이 진실한 다이애나의 모습을 찾아가게 한다.

육체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라는 생각도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살아서 살았을 때 살아도 산 거 같지 않은 생을 살았으니까.


sav 

인 블룸
감독 바딤 페렐만 (2007 / 미국)
출연 우마 서먼, 에반 레이첼 우드, 에바 아무리, 브렛 컬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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