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버스

빈집

sav.. 2008. 6. 29.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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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덕 감독은 영화 제목인 '빈집'의 의미에 대해  '물리적인 빈집 보다는 마음 속의
   어 있는 공간이다. 기다림이나 사람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다.  마음의 여백이
   빈집이다.'라고 답했고, 베니스에 출품된 영문제목인 'Three iron'에 대해서 '골프채
   3번 아이언은 골프채 중 가장 쓰지않는 채이자 가장 위험한 채다. 이는 영화의 태석
   과 같은 이미지'라고 덧붙였다.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수없다"...장자의 말


사실 예전에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보고 굉장히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그가
누구인지 잘 몰랐을 때다. 그렇게 그의 영화는 내게 가슴 아픈 기억으로 다가왔다.
후배의 권유로 보게된 영화가 <수취인 불명> 이었다.
그 후 나는 해안선, 섬, 사마리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빈집까지 보게 되었다.


이번 영화는 그렇게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이승연이 매력은 있지만
그녀의 연기?에 의문이... 있었기에... 
그러면서도  김기덕 감독의 뛰어난 능력(배우로부터 어떤 잠재 되어있는 능력을 끌어내는)을
어느 정도는 믿으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게 되었는데... 소름이 쫙 돋았다. 
감독의 표현력에. 이런 추상적인 주제를 현실화 해내는 능력이 어쩌면 이렇게 뛰어날까...
그것도 빈집이라는 소재를 통해서. 김기덕 다웠다.

눈에 보이지않는 내적인 세계를 눈에 보이는 현상으로 구체화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기에 더욱 그의 표현력에 놀라울 뿐이다.





















     "빈집은 실제 존재하는 공간이며 또한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기도 하다."

    태석은 빈집에 들어간다. 그는 마치 자신의 집인 것처럼 편안해 하며,
   그 곳에 필요한 무언가를 찾아내어 그것을 고치고,
   마치 빈집이 자신을 꼭 필요로 하고 있는 것처럼...
   어디에서도 필요로 하지 않는데, 빈집만은 태석을 필요로 했다.
   자신의 존재를 빈집을 통해서 느끼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빈집은 태석에게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우연히 빈집으로 알고 들어간 곳...
   이곳에 선화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그들은 서로를 처음 만나게 된다.
   폭력적인 남편에 대항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의 가치에 대해 어떤 표현도 못하는... 살아도 살아 있지않은...
   고작 자신을 표현 하는것이 외마디 비명 뿐인.

   각자 실제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고 살아가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천천히 다가서게 되고...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을 만큼
   그들은 서로에게  따뜻한 위로와 힘이 되어가고 있었다.
   서서히 서로에게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나가고
   자신의 존재를 비어있는 집의 주인이 되어서 자신의 주인 찾기를 하고 있었다.
   선화는 자신의 과거의 모습에서 현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현실을 찾아 적나라하게 자신을 들여다 보기 시작한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누구인지...
   자신의 내부에 들어가기 시작 한다. 이제 두려울 것이 없다. 그녀에겐















  선화는 태석과 헤어지게 된 후, 그와 함께 했던 빈집을 하나씩 찾아 다닌다.
   그  곳에서 그와 함께 했던 꿈과 같은 날들... 정말 꿈을 꾼 건 아닐까?
   그 시간들을 다시 돌아보며 그녀는 마음의 평화와 안식을 얻고 이내 현실로 돌아온다.

   태석 그의 존재는 워낙 처음부터 환타스틱하게 묘사되어서
   실제 존재 하는 인
물이라기 보다 희망하는 꿈같은 존재였다.
   그런 태석에게 현실은 선화의 남편. 형사. 간수... 
   그리고 그는 현실과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언제 폭발할지 모를 화산 같았다.

   그렇다면 그가 주인이 되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나가는 거다.
   감옥이라는 현실에서 사라지기 연습을 통해 정말 꿈처럼 사라지게 되고... 
  
그녀와 그가 주인이며 현실인 그들만의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들만의 공간과 그들만의 시간 그들만의 세계...

처음엔 남편이 '현실'이고 태석이 '꿈'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녀에겐 태석이 현실이고 남편이 꿈이다.


드디어 그녀가 말을 한다. "사랑해요." "식사하세요."

이제부터 그녀가 실제 존재하게 된다.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두 남녀 주인공이 대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말이 없음으로 그들이 가까와지며 사랑의 감정을 키우는 묘사가 더 잘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몽환적인 분위기도...현실과 꿈의 경계는 어디인가.


감독은 간결하게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리고 마무리도 깔끔하게.
군더더기없이 영화를 만들어낸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늘 느끼는거지만  그는 많은 설명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한다.
이것이 그의 매력이다.

  싸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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