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복잡한 심사를 어딘가에 버리고 오고 싶어선지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서쪽바다를 향해 무작정 나섰다가 우연히 삘이 꽂힌, 여태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문수사'라는 절에 들르게 되었다. 일주문에 들어서자 누군가 지나간 흔적 없는 연분홍빛 한가한 길이 눈앞에 펼쳐지고, 가지에 매달려있던 왕벚꽃잎들이 공중에서 흔들흔들 대며 간간히 부는 바람에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 깜깜하기만한 지면에 꽃비로 내리고... 돌연 우린 예상치 못한 이 아름다운 길에 홀딱 빠져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때까지 이름도 몰랐던 이 꽃나무들을 향해 우린 서로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꽃이지?" 마치 감탄사처럼 대답도 없는 공중에 연신 반복하기만 했다. '너무 좋다~, 와~ 정말 아름답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