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35

문수사의 꽃길따라

한동안 복잡한 심사를 어딘가에 버리고 오고 싶어선지 우리는 정말 오랜만에 서쪽바다를 향해 무작정 나섰다가 우연히 삘이 꽂힌, 여태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문수사'라는 절에 들르게 되었다. 일주문에 들어서자 누군가 지나간 흔적 없는 연분홍빛 한가한 길이 눈앞에 펼쳐지고, 가지에 매달려있던 왕벚꽃잎들이 공중에서 흔들흔들 대며 간간히 부는 바람에 우아한 몸짓으로 날아 깜깜하기만한 지면에 꽃비로 내리고... 돌연 우린 예상치 못한 이 아름다운 길에 홀딱 빠져들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갑자기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그때까지 이름도 몰랐던 이 꽃나무들을 향해 우린 서로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꽃이지?" 마치 감탄사처럼 대답도 없는 공중에 연신 반복하기만 했다. '너무 좋다~, 와~ 정말 아름답다.' 그..

나들이 2009.05.11

영월 샬라님네...

우리 분할표시 말뚝도 볼겸 갔다가 근처 또다른 흙집을 방문했답니다.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군요. 여긴 샬라와 하우스님이 사시는 집이에요. 서울에서 얼마전 산골로 내려와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여기오면 얼마나 맛난 것들을 내놓으시는지, 정말 나중엔 배를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ㅎㅎ 샬라님이 요리쪽으로는 좀~ 와... 대단하시네요. 여기가 바로 도깨비방망이처럼 맛있는 음식이 쏟아지는 그 주방이에요. 보시면.. 지붕안에 지붕이 있죠? 이걸 처음 봤을때 '참 신기하네. 재밌는 구조야...'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제가 서있는 쪽은 많은 사람이 함께 모여 이야기도 나누고 제철 나물들과 따끈한 밥, 뚝딱하는 순간 나오는 대단한 찌게를 놓고 소주한잔 하는 넓다란 거실입니다. 바로 보이는 저 숯난로(아궁이)에 고기도 ..

나들이 2009.02.14

덕수궁 그리고 한국근대미술걸작전

신호등을 건넌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어디로 가는 걸까요? 헉, 모두들 덕수궁 앞으로... 와,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벌써 줄을 많이 서있더군요. 가만히 보니 어떻게들 알았는지 대부분이 '한국근대미술걸작전' 전시회를 보러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구름이 왔다갔다, 해가 들락날락... 날이 좀 풀려서 걷기에도 좋은, 근데... 우린 참 오랜만에 덕수궁에 왔습니다. 지난번 기사를 통해 우연히 덕수궁에서 한국근대미술걸작전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특히 포스터에 실린 이쾌대의 그림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와 이 전시회엔 꼭 가야겠다고 마음만 먹고있다가 드디어 오늘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마침 고궁에 가 본지도 좀 오래되기도 했구요. 여전히 건물이 멋지네요. 덕수궁은 이 석조건물이 유명하죠. 그리고 여기서 바..

나들이 2009.02.01

송정해수욕장 해변가에서

지난 밤 눈이 그렇게 내리더니, 설날 아침 송정해수욕장 해변에서 보는 하늘에는 구름이 참 뽀얗게도 피어났다. 좀 멀리 옆에 있는 해변이 경포대이고 저멀리 끝에는 주문진까지 보인다.(해변을 크게-클릭) 지칠줄 모르는 파도에도 언제나 끄덕없는 해변처럼 우리 모두의 삶도 올해는 장애가 아무렇지도 않게 스쳐가길... 삶이 힘들어지지 않도록 모든 소망을 바다가 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미처 빠지지 못한 물과 다시 다가오는 파도가 서로의 힘을 상쇄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삶의 현실에서도 힘이 없으면 밀릴 수 밖에 없는 구조가 바다에서도 자연스럽게 확인된다.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하늘이 파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경포호수가 크고 아름답게 보인다. 저 멀리에 희긋희긋한 산이 보이고 물새가 나는 풍경...

나들이 2009.01.27

영월의 가을 그리고 구름산

영월 삼방산의 비오는 날 그리고 운해 시시각각 변화무쌍한 구름을 보는 것 만으로 너무나 재미있는 풍경이었다. 살아있는 다큐라 할까... 구름이 우리를 에워싼 적도 있었지만 사진으론 흐리기만 하니 그건 올리지 못하고 말로만 남겨둔다. 뿌연 서울 하늘아래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와우~ 영월 삼방산에는 이미 가을이 한껏 올라 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비 간간히 떨어지는, 아침이 오면서 서서히 색이 보이기 시작한다. 밝아지나 했더니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면서 순식간에 산을 먹어 들어간다. 마치 예전에 본 누군가의 그림 같다. 벌써 더 붉어질 수 없을만큼 빨개진 단풍잎 지난밤 흙집에서 같이 잔 무당벌레... 난 원래 벌레를 싫어하는데, 거 이상하다. 같이 잔 이후로 친근한 애완동물처럼 귀엽기만 하네. 마이크로렌..

나들이 2008.10.25

영월 흙집을 다녀와서...

 최근 산골에 흙집을 지으며 사는 부부의 블로그가 야후 메인에 떴었다. 쑥스럽지만 그분들과 통화한후 무언가 통할 것 같은 마음에 영월로 서둘러 떠났다. 아무도 저 곳에는 집을 지을 수 없을 것 같은 곳, 그 가파른 산비탈을 깎아서 흙집 한 채를 완성해 놓고 이번엔 두 번째 집을 짓고 있던 차에 우리가 방문한 것이다. 오로지 둘이서만 집을 짓고 있었다. 사실 열심히 집 짓고 있는 그 분들에게 폐가 될까 염려되었기에, 궁금한 것들만 좀 물어보고 그냥 살짝 들러보고 갈 생각으로 갔지만, 자고갈거라 생각해서 이미 불을 넣어 두었다하며 혹은 우리가 맘에 들었는지? 그냥 간다는 우릴 슬며시 붙들어 주어서 난생처음 흙집에서 그날 밤을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과 인근의 사과농장을 하는 친구부부와 우리 둘, 이렇게..

나들이 2008.10.05

어여와요! 봉평(효석문화제)

추석때 강릉 큰집으로 가던 중 봉평에서 메밀꽃 축제를 보기 위해 장평 IC로 빠졌다. 오랜만에 시원한 오리지날 메밀막국수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에 일부러 휴게소에서 아무것도 사먹지 않았다. 곳곳에 경찰의 친절한 안내와 IC로부터 8Km정도 밖에 안되기에 아주 쉽고 빠르게 도착했다. 이런 게다가 주차장도 무료란다. 멋지군~ 전통주점처럼 하얀 천막아래 막국수부터 메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파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정말 맘에 드는건 모든 것이 일괄 3000원이었다. 와우!! 다 먹어볼 수도 있겠군! 먼저 막국수를...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내가 원하는 그대로 착한 맛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양도 싸다고 적게 주지않는 넉넉한 시골맘 그대로... 이 곳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이 동네분들인지 톱..

나들이 2008.09.17

가을이 온다

여기까지의 사진들은 전에 올렸던 것이고... 여기부터는 2008, 새로 올린 사진 아직 단풍이 들지는 않았지만 셀 수 있을만큼의 낙엽도 구르고... 빠다는 어디든 좋아라 따라다니며 떨어진 열매를 먹어보겠다하고... 이제 무엇이 익어간다는 뜻일까? 담쟁이에 열린 열매... 아휴, 아무리 보아도 이쁜 우리 빠다.... 볼일로 양평 대명리조트에 왔다가 잠시 남는 시간에 사진을 찍었다. 참 조용하고 한적한 하루. 일요일인데도... 강가에 젊은 연인 아니 애들? ㅎㅎ~ 내가 이렇게 사진을 찍는지도 모르고... 좋겠네.. 두리. 그 때 시월이 그랬으니 이제 한달후면 온 세상이 알록달록 예뻐질거야... 사람도 계절처럼 때마다 색을 입으며 달라지는 걸까? 마음 속 색들은 눈빛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

나들이 2008.09.03

하늘공원의 갈대

싸비가 여러 수술을 받았지만... 이 사진들은 마지막 수술을 앞두고 하늘공원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다. 그 때 올리지않았던 사진들을 이제야 올린다. 지금은 하늘공원이 얼마나 변했을지... 다시한번 가보고 싶지만 한참을 빙둘러 오르던 길이 공원까지 참 멀었던 기억이 나서... 하지만 이 사진들을 꺼내보니 또 가보고 싶어진다. 하늘공원의 갈대와 노을은 정말 좋은 느낌을 갖기에 충분히 좋았다. 자연의 황혼은 언제나 아름답기만 한데 우리들의 황혼은 어떤 색이 되어 사라질게 될까...

나들이 2008.09.02

그 해 12월 마지막 날, 기억나니...

 정말 이상한 여행이었지... 아마 서쪽바다 아무데나 가기로 하고 전북 부안에 거의 도착해서 길을 헤멜듯하다 변산반도 가는 길을 겨우 찾았을때 갑자기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지. 너희들의 재밌는 이야기에 귀기울이던 난 낯선 시골길 낮은 언덕아래 이미 사고나 서있던 차를 너무 늦게 알아챘고.. 거리는 좀 있었지만 브레이크를 밟자마자 살짝 미끄려지듯 1톤 트럭밑으로 내 카렝이의 은빛 깔끔한 얼굴이 천천히 빨려 들어갔었지. 우린 모두 아무 충격도 없었지만 차는 순간 흉직한 모습이 되었고, 현장은 갑자기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곧바로 싸이렌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났어. 난 은근히 긴장했고... 끝내 함박눈 내리는 그해 마지막 날 경찰서에서 사건 조서를 쓰고 머슥한 웃음을 지으며... 결국 가까운 정비공장에 차를 ..

나들이 2008.08.25